절박한 삶·유일한 가족…이들의 꿈을 이뤄주세요

[충청투데이-초록우산 어린이재단 공동캠페인 '러브 투게더']
13 할머니와 남겨진 세명의 손자들 - 2편
할머니의 유일한 낙 손자들 행복, 장애가진 첫째 효심 가득한 장손, 둘째·셋째 레슬링 ‘금빛 꿈’ 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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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재 손자 중현(가명)이가 할머니의 어깨를 주물러주고 있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제공
할머니는 오랜 시간 관절염을 앓고 있었다. 안 해본 일 없이 다 해봤다고 했다. 진통제를 먹지 않으면 통증에 잠 못든다고 했다. 할머니는 큰 마음 먹고 수술하려 병원에 예약까지 해놨다가 며칠 안돼 취소했다. 불편하고 아플뿐이지 당장 죽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스스로를 달랬다.

할머니의 인생은 없었다. 할머니는 아들이 남겨놓고 간 세명의 손자를 키우고 있다. 먹이고 입혀 차례로 학교 보내면서 그렇게 흘러간 세월만 어느덧 15년이다. 아들은 아내와 이혼하고 베트남에 돈 벌러 갔다가 뇌출혈로 쓰러져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삼형제에 아빠 엄마의 빈자리를 채워주는 것. 수십여년 아들을 뒷바라지해온 할머니가 이제 남은 여생동안 해나가야할 일이라고 했다. 손자들이 행복하게 잘 살아가는 것이 이제 할머니 자신 인생의 낙이자 성공이라고 했다.

손자들은 부모의 부재가 무색하게 그늘없이 잘 커왔다. 첫째 손자는 할머니에게 아픈 손가락이면서도 어엿한 장손이다. 손자는 지적장애 3급이다. 일반고등학교 특수반에 재학 중이다. 말은 다소 어눌하지만 할머니의 얘기를 가장 잘 들어주고 때로는 어깨를 주물러오는 착한 아이다. 할머니는 손자가 4대1의 경쟁률을 뚫고 도서관 사서 보조 아르바이트도 하고 있다고 자랑스러워했다.

둘째와 셋째 손자는 레슬링 유망주다. 체육고등학교와 체육중학교에 재학 중인 둘째와 셋째는 전국대회에서 다수의 목걸이를 따냈다. 막내 손자는 지난해 대통령기 전국 시·도대회 1위, 전국소년체육대회 3위를 기록하며 학교에 플래카드도 걸려 있다.

형제들에 레슬링은 동아줄이라고 했다. 1등이 아니면, 메달을 따지 못하면 자신의 인생은 실패한 것이라고 했다. 레슬링으로 성공하지 못하면 자신들을 위해 인생을 다바친 할머니에게 해줄 수 있는게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할머니와 손자들은 절박한 삶을 살았다. 이들의 인생은 다른 듯 조금도 다르지 않았다. 서로가 유일한 가족이었다. 막내 손자(16)는 “올림픽 1등해서 할머니에 효도하고 싶다”며 “할머니에게 맛있는 거 사드리려면 이걸(레슬링을) 해야 한다. 어떻게든 레슬링으로 성공해서 우리 형제를 키워준 할머니에게 보답하고 싶다”고 말했다. <19일자 1면에 3편 계속>

홍서윤 기자 classic@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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