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용호 대전·충남재향군인회 회장
[투데이 춘추]


고모부를 공개처형하고 이복형을 백주에 독가스로 살해했다. 자신의 눈에 거슬리고 비위에 맞지 않는다해 맹종하고, 아부의 몸짓을 보이지 않는다해서 할아버지·아버지뻘 되는 고위 장성·연로한 최고위급 관리들을 무차별 처형했다. 자유를 향해 압록강과 두만강을 건너고 비무장지대(DMZ)를 넘는 인민과 군인을 향해 총격세례를 퍼붓고 있다. 인민들이야 풀뿌리로 연명하며 배를 곯든, 강제노동수용소에서 앙상하게 죽어 나가든 '나와는 상관없다' 자세로 핵과 미사일 개발에 광분하는 북한의 최고 권력자. 그러면서도 세계를 향한 위협의 강도(强度)를 늦추지 않고 있다. "핵 단추가 내 사무실 책상 위에 항상 놓여있다는 것은 위협이 아닌 현실임을 똑바로 알아야 한다"며 목에 핏대를 세운다. 이 무슨 말인가?

그런 한편으로 오는 2월 9일 개막하는 평창동계올림픽 참가 의사와 함께 남북 당국 간 회담 관련해서도 밝혔다. 김정은의 북한 '대표단 파견 등 필요한 조치 취할 용의'와 '북남 당국의 시급한 만남'을 표방한 신년사는 제재와 압박에 우선적 방점을 찍고 있는 미국에 전하는 제스쳐이면서 한편으로 우리 당국에 던지는 당근의 성격이다. 그러나 잊지 말아야 할 게 있다. 지난 2014년 10월 4일 인천아시안게임 폐막식에 당시 김정은의 핵심측근이자 권력 기반이라 할 수 있는 북한 실세 3인방인 황병서 총정치국장, 최룡해 당비서, 김양건 통일전선부장이 깜짝 참석했다. 하지만 북한 집단은 다음해인 2015년 8월 4일 서부전선 비무장지대를 넘어와 아군 초소 철책에 목함지뢰를 설치해 우리 육군 수색대원 두 명이 중상을 입었다. 우리 군은 응징 차원에서 노무현 정권 시절 중단했던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했다. 그러자 북한은 8월 20일 서부전선에서 고사포 포격 도발을 저질렀다. 이에 당시 정부가 강경대응 의지를 밝히고 일촉즉발의 위기감이 휴전선을 사이로 이어지자 결국 북한은 대화를 제의하고 판문점에서 양측 대표들의 화의가 이뤄졌다.

이렇듯 북한의 대남화전양면전술은 1945년 분단 이래로 변함없이 지속해온 양두구육(羊頭狗肉)적 상습범에 다름 아니다. 물론 문제의 해결에는 강온전략(强溫前略)이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지난 70년 이상 맞닥트려 온 북한의 속셈은 겉과 속이 완전히 다른 이중적 구조라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 전 세계인의 최대 축제가 될 평창동계올림픽이 성공적이고 안전 올림픽이 되어야 함은 필수적이다. 더불어 남북 고위급 회담이 진행되면 압박과 제재 일면, 대화 병행과 함께 핵과 미사일 폐기도 테이블 위에 올려야 한다. 그러면서도 분명한 사실은 지난 시기 필요할 때만 대화에 응하면서 챙길 것만 다 챙긴 북한집단의 이중성을 잊지 않아야 한다. 그것이 대한민국과 우리 국민이 사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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