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기 제천 청암학교장
[수요광장]

40여 년 전 '쨍 하고 해 뜰 날'이란 노래 한 곡으로 일약 스타가 된 가수 송대관, 본인이 듣기엔 거북할 지 몰라도 이제 칠십이 넘은 '노인'이다.

하지만 TV 화면에 비치는 그의 얼굴은 아직도 중년 아줌마들로부터 '오빠~' 소리를 들을 만큼 팽팽하다.

요즈음 그의 노래 중에 '딱 좋아'란 노래가 있다. 사랑과 이별, 산전수전 다 겪어 본 사람이 이제는 나이 들어 못할 게 뭐가 있느냐며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지금이 딱 좋다는 노래다. 지나온 인생을 달관한 사람이 힘들었던 과거는 잊고 현재의 삶에 안분지족(安分知足)하자는 의미로 들린다.

그러나 지금이 과연 딱 좋은지는 사람마다 다르다. 과거 정부 공공기관장과 지방정부의 고위직을 지낸 70대 어느 강사의 이야기다. 청바지에 빨간 티셔츠를 입고 여기저기 강의를 다니는 이 청년(?) 강사가 퇴직자들에게 권한다. 상대방으로부터 명함을 받고는 "아이고, 저는 퇴직을 해서 명함이 없습니다" 이런 소리를 하지 말란다. 당당하게 명함을 만들어 가지고 다니란다. 명함에는 "논다. 홍**. 01*-1234-5678" 이렇게 박으란다. 나이 들어서도 당당하게 사는 이런 사람들에게 '지금이 딱 좋아'는 어울리는 말이다.

하지만 과거도 안 좋았고 지금도 안 좋고 미래도 안 좋을 것 같은 사람이 적지 않다. 힘들게 대학 나왔어도 취업이 안 되는 청년이 미래가 좋다는 생각을 갖기는 어렵다. 출산과 육아에 대한 배려가 없는 직장에서 근무하는 여성들에게 애국자라는 말은 겉치레로 들린다.

대형 화재 참사를 보도하는 TV뉴스 자막이 눈길을 끈다. "제천 화재 참사 여야 모두 네 탓!" 음지가 양지되고 양지가 음지 된다. 그런 기본적인 이치를 모르고 역지사지를 잊고 서로 욕만 해대는 정치권에 대한 국민의 불만과 불신은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참사 현장을 둘러본다는 어느 '의원님'의 '갑질' 행태에 국민들은 그저 혀를 찬다. 아마도 '여의도 계약직 소환법'을 제정하자는 소리가 나오지 않는 것은 이 4년 계약직들이 입법권을 갖고 있기 때문일 것이니, 국민들의 마음은 이래저래 편치 않다.

왕도가 없다는 아이들 가르치는 일도 편치만은 않다. 어느 교장이 토론 중에 하는 말이다. "요새 애들이 학교를 왜 갑니까? 밥 먹으러 가요!" 학교 급식이 아이들 가르치는 일보다 오히려 더 큰 일거리가 된지 이미 오래다.

아이들이 선생님을 우습게 보기 시작한 건 못된 서양 문화를 무분별하게 받아들인 우리 어른들 탓이다.

교사가 제일 무서워하는 사람은 옛날엔 교장이었다. 지금은 아이들이고 학부모다. 가장 벽 없이 지내야 할 사이가 요새는 거리를 재는 세상이 되었다.

교사들의 이기적인 자세도 문제이겠지만 학부모의 내 아이에 대한 '고슴도치 교육관'은 더 큰 문제다.

제대로 숙성되지 않은 술은 맛이 없다. 제대로 성숙되지 못한 정치는 멋이 없다. 제발 무술(戊戌) 새해는 공연한 사람들이 모여 술 핑계 삼는 '나라걱정위원회'가 열리지 않는 무술년(無酒年)이 되었으면 한다. 물론 사는 맛은 별로 없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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