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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맷 데이먼이 12.7㎝로 줄었어요…영화 '다운사이징'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 '다운사이징'은 몸의 크기를 줄여 인구과잉이 촉발한 지구 차원의 위기를 해결한다는 동화적·인류애적 상상력으로 출발한 영화다. 명작 고전소설 '걸리버 여행기'와 영화 '애들이 줄었어요' 등에서 보듯 신체비율 변화를 소재로 한 이야기가 완전히 새롭지는 않다. 그러나 '다운사이징'은 거인과 소인을 한 화면에 담는 볼거리로 일단 시선을 사로잡은 다음, 휴머니즘에 기반한 풍자와 현실비판으로 무게중심을 옮긴다.

폴 사프라넥(맷 데이먼 분)은 작업치료사로 일하며 평범하고 소박하게 살아간다. 아내 오드리(크리스틴 위그)는 좀더 넓은 집으로 옮기고 싶어 하지만 대출조건이 되지 않는다. 어느 날 몸을 줄여 새로운 삶을 사는 동창생이 나타난다.

인간을 비롯한 유기체의 무게를 2천744분의 1, 부피는 0.0364%로 축소시키는 다운사이징 기술은 폐기물의 양도 비약적으로 감소시켜 환경오염을 비롯한 인류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개발됐다. 그러나 주사를 맞고 몸을 줄이는 인간들의 관심은 인류애에 있지 않다. 소인의 세계에서는 1억원의 가치가 120억원으로 뛰어 몇 천만원이면 대저택을 살 수 있다. 평범하게 살던 사람도 몸 크기를 줄이면 갑부가 된다.

다운사이징 기술개발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선발대로 몸을 줄인 소인 무리가 손을 흔들며 처음 등장하는 장면부터 감탄이 나온다. 몸의 털을 모두 제거한 폴이 시술대에 누워 키 12.7㎝의 소인으로 변신하고 작아진 몸의 허리까지 오는 비스킷을 선물로 받는 장면 등 흥미로운 볼거리가 많다.

겁먹은 아내가 약속을 깨고 소인이 되기를 거부하면서 아내와 함께 레저랜드에서 안락한 삶을 누리려던 폴의 꿈도 깨진다. 폴이 소인들을 위한 계획도시 '레저랜드'에 정착하고 나서부터 영화는 사회비판을 담은 휴먼드라마가 된다.

밀거래로 부를 쌓고 밤마다 파티에 열중하는 듀산(크리스토프 왈츠)은 새로운 세계가 펼쳐지더라도 이윤이라면 물불 가리지 않는 자본주의의 속성은 여전하다고 일러준다. 파티로 난장판이 된 듀산의 집을 청소하는 이들은 대개 아시아계 여성이다.

정치권력 역시 인류애적 발상에서 비롯된 다운사이징 기술을 역이용한다. 베트남에서 온 소인 녹 란 트란(홍 차우)은 자본주의와 정치권력에 대한 풍자, 휴머니즘과 유토피아를 향한 탐색이라는 영화의 주제를 집약한 인물이다.

베트남에서 반체제 투쟁을 하다가 강제로 다운사이징을 당한 그는 레저랜드의 빈민가 쪽방촌에 산다. 폴은 듀산의 집 청소를 하던 그녀를 만나 빈민을 돕다가 인류를 절멸의 위기에서 구해낼 거대한 계획에도 발을 들인다.

소인들의 세계에 익숙해진 후반부에는 거대담론 속에 감독이 의도한 메시지를 마음껏 쏟아낸다. 그러나 관객에 따라 이야기가 갈수록 뜬금없고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다. 배 나온 평범한 중년으로 분한 맷 데이먼의 코믹하고 따뜻한 연기가 영화를 이끈다. '어바웃 슈미트', '디센던트'의 알렉산더 페인 감독이 연출했다. 11일 개봉.

dad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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