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식 문화카페]

앞만 보며 달려왔어요

뒤를 볼 겨를이 없었어요

누가 쫓아오고 있는 것처럼

그림자를 볼 여유가 없었어요



뒷바라지하느라 이렇게 늙었어요

앞에 뭐가 있는지 알 수 없었어요

누가 달아나고 있는 것처럼

몰아세우니 밀어붙이는 수밖에 없었어요



위를 떠받들며 살아왔어요

아래를 보살피며 살아왔어요

위아래가 있는 삶이었어요

옆에 누가 있는지

어떤 풍경이 흘러가고 있는지

이 거대한 풍경에서 나는 어떤 표정을 담당하고 있는지

뒤를 돌아다보니 거울이 있었어요

내가 있었어요

잊고 있었던 얼굴에는 물굽이가 가득했어요

- 오은, '58년 개띠' 부분


▲ 사진= 박문규
개(戌)띠는 쥐(子)로부터 돼지(亥)에 이르는 12간지 중의 하나일 따름으로 12년마다 돌아오는데 1958년생 개띠생이 환갑을 맞는 올해는 개띠 앞에 유난히 58이라는 숫자가 덧붙여져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58년 출생자가 그 위아래 연배에 비하여 많은 줄 알았는데 통계를 보니 59, 60년생이 더 많습니다.

1982년생 개띠 오은 시인이 쓴 시구절이 58년생들이 거쳐온 격동의 60년 세월을 함축하고 있는 듯합니다. 58년생들이 지금까지 보여준 남다른 역동성, 생활력 그리고 적극적인 진취성을 결집하여 앞으로 멋진 노년, 젊은 세대와 적극소통하는 신세대 실버의 모델을 만들어 주기 바랍니다. 압축성장기를 거쳐 정보사회 그리고 이른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관통하는 증인으로 58년 개띠 세대들은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중인 우리 사회에서 제2의 활력을 견인하는 아이콘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남대 프랑스어문학과 교수,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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