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피해 관련 책임 등, 구체적인 기준없어 … 반발

전기용품 및 생활용품 안전관리법(이하 전안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지만 소상공인들은 여전히 불안에 떨고 있다. 소비자 피해 관련 책임은 여전히 소상공인에게 남겨졌기 때문이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회는 마지막 본회의를 열고 전안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지난해부터 시행 예정이었던 전안법은 소상공인과 중소기업들이 과도한 인증 비용을 부담할 수 밖에 없다는 지적으로 1년 간 유예돼 올해부터 본격 시행을 앞두고 있었다. 하지만 영세 소상공인 대부분은 여전히 인증을 받지 못해 새해부터 가게 문을 닫을 위기에 몰려있었다.

소상공인연합회를 비롯한 단체들이 릴레이 1인 시위까지 진행한 끝에 겨우 개정안이 처리되면서 소상공인들은 당장 급한 불을 껐다.

개정안에 따라 오는 7월 1일부터 의류나 장신구 같은 생활용품들은 일부 제품에 한해서만 국가통합인증규격(KC) 표시를 하며, 전체 쇼핑몰 안전정보 게시 의무도 면제된다.

충북소상공안연합회 관계자는 “다품종 소량생산 위주의 소상공인들 대부분은 전안법 본격 시행을 앞두고 범죄자가 되지 않기 위해 매장을 닫거나, 인터넷 쇼핑몰 폐쇄 등을 준비하고 있었다”며 “이번 개정안이 통과됨으로써, 벼랑 끝에 있던 소상공인들이 겨우 사업을 이어나갈 수 있게 됐다”고 환영의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소비자 피해가 발생하면 관련 책임은 최종 판매자가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여전히 반발하는 소상공인도 상당수다.

의류 병행수입업에 종사하는 김모(34·여) 씨는 “소비자 피해 발생 시 최종 판매자가 책임지라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1차 원단 제조 회사나 2차 의류 회사 대신 소상공인이 개별적으로 책임져야 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며 반발했다.

유통 구조상 소상공인의 상당수가 최종 판매자의 위치에 있고, 소비자 피해 발생 시 최종 판매자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방침에는 변화가 없다 보니 향후 책임소재를 둘러싼 진통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개정안이 자세한 내용 없이 대략적인 틀만 나온 상황에서 정부는 법률 내용을 구체화하기 위해 오는 7월까지 유예기간을 두고 있다.

이에 대해 청주에서 수제구두 공방을 운영하는 남모(36) 씨는 “정부의 유예조치는 단순히 여론을 의식해 시간을 벌려는 것으로 보인다”며 “전안법을 폐지하거나 법률을 ‘전기제품관리법’과 ‘생활용품관리법’으로 아예 분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정훈 기자 vincelee@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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