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 다각적으로 분석한 책 3권 나란히 출간

혐오의 시대…금지와 처벌만이 능사일까

'혐오' 다각적으로 분석한 책 3권 나란히 출간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요즘 우리 사회의 가장 뜨거운 화두인 '혐오'를 다각적으로 분석한 책들이 새해 서점가에 잇달아 나왔다.

법학자인 홍성수 숙명여대 교수가 집필한 '말이 칼이 될 때'(어크로스 펴냄)는 혐오표현이란 무엇인지 정의하고 그것이 왜 문제가 되는지부터 살핀다.

저자는 혐오표현이 되려면 단순한 비하를 떠나, 소수자 차별의 맥락이 작동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특정한 소수자 집단이 계속 차별을 받았고 지금, 여기에서 차별받는 맥락에서 혐오표현이 될 수 있다.

요즘 인터넷에서 회자하는 '맘충' 때문에 한국 엄마들이 아이 동반 외출을 꺼리게 되는 것은 특정 집단의 위축과 배제를 낳는 혐오표현의 전형적인 해악이다.

저자는 표현의 자유와 자주 결부되는 '혐오표현' 문제를 해결하려면 망치를 휘두르는 식의 단순한 금지와 처벌이 능사가 아니라고 말한다. 더 많은 표현이 혐오표현을 격퇴할 수 있도록 표현의 자유를 '지원'하는 쪽으로 가야 한다는 주장이다.

독립다큐멘터리 감독 유서연 씨가 쓴 '공포의 철학'(동녘 펴냄)은 동·서양 철학과 역사를 넘나들면서 혐오와 공포, 악까지 셋의 관계를 파고든다.

책은 먼저 공포라는 정서를 분석한다. 현대인은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는 불신과 공포에 시달린다. 무한경쟁 사회에서 내 몫을 빼앗길지도 모른다는 공포, 나도 무언가 잘못하면 조리돌림 당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등이 나보다 약해 보이거나 잠재적으로 내게 불이익을 줄 수도 있는 타자들을 향한 강력한 거부감, 즉 혐오를 낳는다. 그러한 공포가 극대화하면 악이 똬리를 틀게 된다.

책은 여성이나 이주노동자의 동물성을 환기하는 식으로 타자화하고 강하고 힘 있는 것을 추앙하는 '일베'에게서 히틀러의 그림자를 읽어낸다. 물론 대한민국에서 평범한 악의 모습은 단순히 '일베'에 국한하지 않는다.

저자는 '타자가 지옥이 된 시대'를 몰아내려면 나 자신이 동일자이며 타자, 토착민인 동시에 이방인, 가해자인 동시에 희생자임을 인식하고 내 안의 이질성을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일본 철학자 나카지마 요시미치는 신간 '차별 감정의 철학'(바다출판사 펴냄)에서 혐오를 비롯해 불쾌, 경멸, 공포 등 타인을 향한 다양한 부정적 감정을 들여다본다.

차별은 불쾌감에서 비롯된다. 불쾌감이 혐오나 경멸로 관념화·사회화할수록 차별은 견고해진다. 특히 혐오는 온전히 내 생각이 아니라 교육과 미디어, 사회관계 등을 통해 상대 혹은 단체가 혐오할만한 대상이라는 '외부적' 동기를 얻었을 때 느껴지는 감정이다.

책의 핵심은 마지막 장 '어떻게 할 것인가'에 있다. 저자는 악의 없는 농담, 별생각 없는 자랑, 순수한 향상심 속에 차별의 싹이 깃들어 있음을 일깨우면서 자기만족에 빠져 타인이 보이지 않게 되는 순간을 경계할 것을 주문한다.

'말이 칼이 될 때' 264쪽. 1만4천 원.

'공포의 철학' 256쪽. 1만5천 원.

'차별 감정의 철학' 김희은 옮김. 208쪽. 1만2천 원.

ai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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