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활동 피해 면책법안 무산
불법주차 등 장애물 제거 난항
참사 막으려면 법안 추진돼야

소방관의 소방 활동으로 인한 재산 피해 등이 발생할 경우 그 책임을 묻지 않는 법안이 추진됐지만 결국 무산된 것으로 나타났다.

29명의 목숨을 앗아간 충북 제천 화재의 한 원인으로 지목되는 소방관 면책 규정 미비가 좀처럼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또 다른 참사 되풀이의 요인이 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앞서 국회는 지난 8일 본회의에서 소방 활동 중 발생한 인명 피해에 대한 형사 책임을 감경 또는 면제하는 내용의 소방기본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개정안은 ‘고의나 중대 과실이 아닌 경우 그 피해에 대한 민·형사상의 책임을 면책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했지만 민사 책임 면제 부분에서 제동이 걸렸다.

행정안전위원회가 개정안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법무부 측이 수용 곤란 입장을 밝혀왔기 때문이다. 민사 책임을 없애면 소방 활동으로 인한 피해자에 대한 배·보상이 불가능하다는 게 법무부의 입장이다.

더욱이 소방공무원이 고의나 중과실이 없을 경우 국가배상법에 따라 면책되고 있다는 이유로 추가적인 개정의 필요성이 다소 떨어진다는 판단이다. 실제 현행 소방기본법에는 소방 활동 간 주정차 차량 등 방해 요소에 대해 소방관이 직접 제거할 수 있도록 명시돼 있다.

그러나 일선에선 현실과는 동떨어진 조항이라고 토로한다.

일선 소방서의 한 관계자는 “재산 피해를 입은 당사자가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경우 소방관이 ‘재산 피해 발생의 불가피성’을 스스로 입증해야 하기 때문에 사실상 공무 집행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며 “불법 주차 등 소방 활동 방해 요소를 법으로 제제하지 못한다면 면책권이라도 보장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결국 개정 법안 취지를 살리는 동시에 지역에서 제천 화재와 같은 대형 참사가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민사 면책권이 반드시 동반돼야 한다는 목소리다.

한국소방복지재단 관계자는 “개정안을 통한 민사 면책권 보장이 어렵다면 소방관 개인이 소송 당사자가 되는 상황이라도 개선해야 할 것”이라며 “분초를 다투는 현장에서 소방관이 거리낌 없는 소방 활동을 펼치기 위해 소방 민사 소송에서 지방자치단체가 소방관을 대리하는 방안이라도 빠른 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인희 기자 leeih5700@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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