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방송 욕설·급식체 흉내 “안보면 친구들과 대화 안돼”
부모님 아이디로 성인방송도… 교사들 생활지도 하는데 한계

"어제 철구 방송 앙! 기모띠(기분 좋아). 비제이가 방송한 내용을 말하면 모르는 친구들이 없어요."

최근 대전지역 초등학생들 사이에서 유튜브나 특정 인터넷 방송 비제이(BJ·방송 진행자)가 쓰는 단어를 거침없이 사용하고 있어 각종 부작용을 양산하고 있다.

인터넷 개인방송진행자들은 지나치게 선정적이고 가학적인 내용, 욕설이나 비속어, 급식체(최근 학생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신조어) 등 자극적인 영상을 찍어 올리는 경우가 많은데 초등학생들은 이를 가감없이 받아들이고 있어 문제의 심각성을 낳고 있다.

이들 방송의 주요 시청 타깃은 어린이와 청소년이다.

이에 따라 대전 지역 초등학교 교실에선 개인방송진행자들이 자주 쓰는 욕설이나 비속어, 급식체를 따라하는 학생이 늘고 있다. 학생들은 이런 개인방송진행자들을 행동을 흉내 내거나 개인방송진행자 인기 영상을 친구들과 공유 한다.

대전 한 초등학교에 다니는 A(10)군은 “인터넷 개인 방송을 매일 봐요. 하루에 네다섯번 정도. 거의 매일 봐요”라며 “반 친구들과 대화를 할 때 개인방송진행자들의 인기 영상을 모르면 대화에 낄 수 없다”고 말했다.

실제 초등학생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철구나 로이조 등의 개인방송진행자의 유튜브 채널 구독자 수는 50만여 명을 훌쩍 넘고 인기 동영상의 조회수는 300만회 넘는 것도 대다수다.

인기 동영상의 내용은 성인 여배우가 나오거나 여성의 신체를 관찰 하는 등 TV였다면 ‘어린이 시청불가’ 등급을 받았을 정도로 선정적이다.

대전 한 초등학교에 다니는 B(12)군은 "다 부모님 아이디나 주민등록 번호를 사용해 그런 동영상을 몰래 본다"며 “못 본 동영상이 있을 경우 친구에게 카카오톡으로 동영상 주소를 보내달라고 요청한다”고 말했다.

최근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조사한 '2016 청소년 매체이용 및 유해환경 실태조사'를 보면 초등학생 4465명(11세~13세)의 경우 92.2%가 인터넷 실시간 방송 및 동영상 사이트를 이용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이 중 성인용 영상물 이용 경험을 한 초등학생은 13.1%인 것으로 조사됐다.

문제는 청소년들의 온라인상 영상물 접근에 대한 사회적 안전망이 갖춰져 있지 않다는 것.

이미 녹화된 성인물을 보려면 인증절차를 거쳐야하지만 이 조차 우회 접속을 통해 볼 수 있고 실시간 방송의 경우 특별한 제재가 없다.

결국 초등학생들은 유해한 환경에 여과 없이 노출될 수 있다.

이런 상황에 교사들은 인터넷 방송 시청에 대한 생활지도를 어떻게 할지 난감한 상황이다.

명확한 지도 지침이 없고 교내 지도만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대전 지역 한 초등학교 교사는 “이런 현상이 학생들의 일상생활과 문화에 깊숙이 침투해 생활화가 된 것 같다”며 “욕설이나 비속어를 써도 친구들끼리만 써야 되는데 부모님이나 교사 앞에서도 자신도 모르게 툭툭 나오는 상황이다”라며 난감해 했다.

이어 “학교에서 지도를 하는데 상황은 별반 나아지지 않는다”며 “거의 모든 학생이 스마트폰을 갖고 있어 영상을 보는 것은 막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심건 기자 beotkkot@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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