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연수 충북지속가능발전협의회 사무처장
[에세이]


169.2㎞의 한남금북정맥탐사가 대 단원의 막을 내렸다. 한 겨울 폭설을 뚫고 올라선 속리산의 천왕봉(1,058m)에서 맹추위가 다시 찾아와 볼떼기를 베어가던 칠장산(492.4m)까지 1년여의 시간이 지났다.

'비가 오나 눈이오나 바람이 부나' 한발 한발 묵묵히 걸었다. 삼정맥 분기점에 도달했다. 1년간의 과정이 주마등처럼 스쳐간다.

탐사가 늦어져 어두워져서 목적지에 도달했던, 비를 쫄딱 맞고 생쥐 꼴이 되었던, 길을 잃고 엉뚱한 데로 내려섰던 모든 과정이 머리를 스친다. 또한 장엄했던 산줄기, 시원한 전망, 잘 보전 된 숲, 꽃 대궐, 아기자기 한 탐방길 등도 눈앞에 아른거린다.

무엇보다도 아팟던 것은 일제강점기 수탈 목적으로 변한 산맥체계를 배우면서 우리 산줄기를 잊고 있던 사이 파괴되고 신음하는 한남금북정맥이었다.

우리나라 산지체계는 지상에 드러난 산줄기를 중심으로 1대간 1정간 13정맥으로 이뤄진다. 그 중 충북의 중앙을 흐르는 정맥이 한남금북정맥이다. 한남금북정맥은 삼파수(三派水. 한강, 금강, 낙동강)인 백두대간 속리산 천왕봉에서 분기해 칠장산에 이르러 서·북쪽으로 한남정맥과 서·남쪽으로 금북정맥으로 나뉘며 삼정맥 분기점을 만든다.

즉, 한강의 남쪽 금강의 북쪽에 위치한 분수계로 충북에서 시작해 충북에서 마무리하는 산줄기이다. (물론 칠장산 일부가 행정구역상 안성시 죽산면이다. 이는 산줄기를 중심으로 경계를 나누는 행정체계의 오류로 1914년 일제 강점기에 만들어진 행정체계가 광복 후에도 유역 중심으로 바뀌지 않은 결과다.) 따라서 충북의 중·북부권과 중·남부권의 문화적 이질성 및 생태이동을 연구하는데 매우 중요한 공간이다.

그 중요성에 비춰 한남금북정맥의 관리는 미흡했고 파괴는 매우 심각했다. 도로로 인한 생태계의 단절을 비롯해 공단조성, 아파트 단지 조성, 전원주택 등 한남금북정맥의 마루금은 치유 할 수 없을 만큼 큰 생채기가 나 있다. 생태도 사람도 길을 잃고 헤메고 있다. 우리가 만들어 낸 결과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먼저 도로로 인해 단절 된 곳에 생태이동통로를 설치해야 한다. 말티재 생태이동 통로에 이어 내년 좌구산의 분젖치에 생태이동 통로가 착공 할 예정이다. 이후 모래재, 한금령, 중부고속국도 너머 음성지역의 단절된 구간까지 순차적으로 복원해야 할 것이다.

둘째, 훼손된 마루금에 대한 복원이다. 파헤쳐진 구간을 정밀조사 하여 불법으로 조성한 사유지는 복원 명령을 내리고, 공유지는 복원을 시도해야 한다.

셋째, 훼손된 마루금에 사람이건 동·식물이건 이동을 원활하게 할 수 있는 숲 등 이동통로를 확보해야 한다. 넷째, 한남금북정맥의 마을을 조사하고 공동체 운동도 전개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시급한 것은 한남금북정맥 보전에 관한 법률 제정이나, 지자체의 관련 조례 등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

다행인 것은 충북도 산림과의 발 빠른 대응이다. 한남금북정맥의 현 상황을 파악하기 위한 논의를 시작했다. 먼저 한남금북정맥의 관리 실태를 정밀하게 모니터링하고 향후 보전 및 이용 방법을 찾으려는 시도는 매우 혁신적이고 긍정적이다. 이제 화두는 혁신과 협치를 통한 충북의 지속가능발전이다. 그 중심에 한남금북정맥이 있다.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