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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꽉 막힌 비상구 대전지역도 제천 참사현장 ‘판박이’

이인희 기자 leeih5700@cctoday.co.kr 2017년 12월 28일 목요일 제6면     승인시간 : 2017년 12월 27일 19시 48분
[대전 소방시설 특별점검현장] 목욕탕 곳곳 가연성소재 가득
대피유도로·소화기 안내 없고 방화셔터 미작동… 탈출 불가능

“소방시설 특별 점검 실시 중입니다. 협조 부탁드립니다”

27일 오전 대전 서구의 한 레포츠센터에서 화재 발생을 알리는 비상벨 소리와 함께 서부소방서 특별조사반(반장 성태현 소방장)의 소방시설 특별 점검이 실시됐다.

총 6층 높이의 이 건물은 2~5층을 찜질방과 남녀 사우나, 레포츠 공간으로 사용하고 있다. 최근 대형 화재로 29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충북 제천의 스포츠센터와 규모나 구조가 비슷한 건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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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7일 대전 서구의 한 레포츠센터에서 서부소방서 특별조사반이 특별 전수점검을 실시하고 있다. 이인희 기자
이날 특별조사반이 찾은 5층 남성 목욕탕은 목재 로커를 비롯해 플라스틱 재질의 세신도구 등 가연성 소재로 가득했다. 탈의실 한쪽 벽면에는 화재 발생 시 긴급 대피를 위한 ‘대피유도로’가 부착돼 있었지만 1차 진화를 위한 소화기 위치는 표시돼 있지 않았다. 일부 대피유도로는 적재된 박스에 가려져 있기도 했다. 이곳은 비상구가 탕 내부에 있어 언뜻 보기엔 즉각 대피가 가능한 구조였지만 이를 안내할 대피유도로나 유도 등이 부족해 아찔한 장면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유독가스 통로 역할을 하면서 제천 참사 피해를 키운 주범으로 지목된 엘리베이터 역시 위험천만한 상태였다. 비상 시 엘리베이터 출입구에 설치된 방화셔터가 내려오면서 유독가스를 차단하는 커튼 역할을 해야 하지만 청소도구 등으로 가로막혀 정상 역할이 어려워보였다.

성 소방장은 “화재 시 수직 구조인 엘리베이터 통로로 공기가 이동하는 ‘굴뚝효과’가 일어나 유독가스가 급속도로 퍼진다”며 “유독가스 유입을 지연 또는 차단하기 위해 상시 점검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27일 대전 서구의 한 레포츠센터에서 서부소방서 특별조사반이 특별 전수점검을 실시하고 있다.
유성구에 위치한 또 다른 목욕탕의 경우 상황은 더욱 심각했다.

탈의실 구석에 위치한 비상구로 이동하기 위해선 미로처럼 곳곳에 세워진 로커를 지나야 했다.

화재로 정전되거나 내부가 검은 연기로 가득 차면 빠져나가기 쉽지 않은 구조인 셈이다.

더욱이 비상구 앞은 각종 청소도구로 가로막혀 있어 신속한 대피와는 거리가 먼 모습이었다.

성 소방장은 “관련 규정이나 소방시설이 점검 당시 완벽하더라도 실제 상황에서 모두 정상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장담할 수 없다”며 “화재에 대처할 수 있는 시설을 광범위하게 마련하고 습관화된 점검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대전소방본부는 충북 제천 참사와 관련해 복합건축물에 대한 유사 사고 예방과 시민불안 해소를 위해 오는 29일까지 특별 전수점검을 실시한다.

대전소방본부 관계자는 “건물주 등 관계자 중심의 자체점검과 소방관서의 선별적인 표본점검 방식을 벗어나 복합건축물의 화재위험요인을 사전에 제거하고 유사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노력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인희 기자 leeih5700@cctoday.co.kr
27일 대전 서구의 한 레포츠센터에서 서부소방서 특별조사반이 특별 전수점검을 실시하고 있다.
대전 서구의 한 레포츠센터 남성 목욕탕. 비상구가 탕 내부에 있어 언뜻 보기엔 즉각 대피가 가능한 구조였지만 이를 안내할 대피유도로나 유도등이 부족해 아찔한 장면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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