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재 청주시 서원구 세무과 주무관
[목요세평]


'따르르르릉, 따르르르릉.' 체납 징수팀의 전화기가 울린다. 전화를 바로 바로 받아야 하지만, 잠시 바라만 보고 있다. 전화를 받자마자 민원인은 자신의 급여를 압류했다고 욕을 하며 화를 낸다. 이런 전화는 당장 끊어버리고 싶지만, 민원인이 화가 난 이유를 듣고 화난 감정에 공감을 하면 민원인의 화는 곧 잠잠해진다. 그렇지 않고 화가 난 민원인에게 우리는 정당하게 세금을 부과하고 징수한다고 틀에 박힌 이야기를 하면 화는 누그러들지 않고 이름이 뭐냐며 인터넷에 올리겠다며 전화를 끊는 일이 다반사다.

지방세 체납액 특별징수기간. 체납징수팀 직원들은 일을 열심히 하기 때문에 이 기간 동안 평소보다 더 특별히 '욕'을 먹는다. 각종 체납안내문, 예금·급여·부동산·차량 등의 압류통지서가 평소보다 더 많이 발송되기 때문이다.

압류 절차가 진행되기 위해서는 먼저 부과 고지가 이뤄진 뒤 납부를 하지 않은 체납자들을 대상으로 독촉 절차가 이뤄진다. 독촉절차가 끝나면 압류를 해야만 하는 업무가 체납징수팀에게 주어진다. 재산 압류통지서가 나가면, 극히 일부 체납자는 통지서를 받고 담당자에게 전화를 걸어 '밤길을 조심해라' 같은 상상할 수도 없는 욕을 한다.

공무원이 일을 안 하고 놀고 있다는 편견이 있는 가운데 편견을 깨려 열심히 한다. 그러나 욕을 먹는 아이러니한 현실 속에 있다.

압류하기 전에 이런 민원인들의 불편을 방지하기 위해, 대민 서비스 차원에서 체납안내문 및 압류 예고문을 발송한다. 이런 일련의 과정 속에서 납세자에게 계속해서 세금을 내야 한다고 알리고, 그 과정에서 오히려 세금을 걷기 위한 세금이 계속 투입된다. 압류에 대한 민원을 예방하고 납세자의 재산권 보호를 위해서라도 압류 전에 납부하지 않으면 압류될 수 있다고 고지서와 안내문에 체납처분에 대한 내용도 알려주고 있다. 하지만 그동안의 고지서와 안내문들은 못 받다가 압류통지서를 받고 전화해 욕하는 분들을 보면 이해할 수가 없다. 왜 다른 것들은 못 받다가 비로소 압류 통지가 되니 불만을 제기하는지 알 수 없다.

세금에 대한 불만으로 담당자에게 욕만 할 것이 아니다. 세금을 받는다고 이 돈이 담당자의 주머니로 들어가는 것이 아니다. 세금을 많이 걷는다고, 많이 올린다고 욕을 하면 담당자도 상처받는다. 주민센터나 시청의 다른 일을 하는 직원들과 월급은 같지만, 근무 강도만 높다. 담당자는 단지 납세자의 세금 납부를 도와드리는 일을 하는 것뿐이다.

보조금을 지급하거나 하는 부서에서 일하는 직원은 좋아해주고, 세입을 담당하는 세무부서에서 일하는 직원은 자신들의 돈을 가져가서 월급을 받는다고 싫어한다.

납세자도 사람으로 봐 주시길 바란다. 대한민국 헌법에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납세의 의무를 진다'라고 돼 있다.

납세자들이여,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는 것도 좋지만 먼저 의무를 다하기를 바란다. 세무 공무원도 한 명의 인격체라는 것을 생각해 주고 자신과 함께 일하는 친구·동반자라는 생각으로 존중해 주길 바란다.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