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희 충남도 농정국장
[투데이춘추]

2016년 겨울 전국 11개 시·도에서 383건의 고병원성 AI가 발생해 946호 3787만 2000수를 살처분하며, 최악의 겨울을 보냈다. 올해 겨울에도 11월 17일 전북 고창 육용오리농장에서 시작된 첫 AI 발생은 12월 10일 전남 영암 종오리 농장에서 추가 발생하면서, 겨울 불청객은 어김없이 한반도를 긴장 속으로 빠뜨리고 있다.

충남은 천수만, 금강하구 등 대규모 철새도래지를 가지고 있으며, 철새 이동경로인 서해안 벨트에 위치하고 있어 야생철새 이동 및 전국적인 발생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우리도는 전북 고창 발생 직후 위기경보 단계가 심각으로 격상됨에 따라 가축방역심의회를 개최해 전·남북 가금에 대한 반입금지 조치를 실시하고, '전국 일시 이동중지 명령(Standstill)' 발령에 따른 긴급조치 및 거점소독시설을 14개 시·군 19개로 확대해 차량에 대한 통제와 소독을 실시하고 있다.

이는 충남도가 올해는 'AI 없는 충남 만들기'를 슬로건으로 내걸고 위험시기보다 한 달 앞당겨 상황실을 운영하고, 시·군(읍·면) 방역담당자와 가금사육농가에 대한 지속적인 순회교육 시 약속했던 강력한 방역의지를 다시금 보여준 것이다.

우리 옛 선조들은 자식을 얻으면 삼십칠일 동안 대문에 금줄을 치고 새로운 생명에 대해 알리고 마을사람들에게 출입을 조심해 달라는 '축하'와 '통제'의 의미를 '금줄'를 대문앞에 걸었다. 허나, 지금 축산농가에서는 자식같이 키운다는 가축에 대한 애정이 이러하지는 않은 것 같다.

법으로까지 규정하고 있는 축사입구 소독시설이 설치되지 않았거나, 항상 열려있는 대문, 본인 차량은 소독하지 않고 출입하는 불편한 진실 앞에 행정에서는 농장의 책임방역만을 공허하게 외치는 꼴일 수 도 있다.

축산농가의 책임방역과 '내 농장은 내가 지킨다'라는 진부한 원칙은 지금 상황에서 가장 필요한 마음가짐이 아닌가 한다. 최근 가금협회에서는 내 농장의 방역상황을 스스로 점검하는 '자가(Self) 점검'을 통해 내 농장의 방역상황을 정확히 진단하고 대처해야 한다는데 의견을 같이하고, 충남도와 함께 세부추진 방안 마련을 위해 머리를 맞대었다.

이것이 대문 앞에 '금줄'을 치는 부모의 마음으로 농장입구에 줄이라도 걸어 놓고, 내 가축을 잘 돌보겠다는 진정한 축산인의 마음일 것이다.

또한, 2016년 9월 '충남도·축산단체 구제역·AI 근절 실천 협약'에 따른 협약주체간의 실천사항의 일환으로 더욱 의미가 있다 할 것이다. 매년 조류인플루엔자 발생 이후 여러 가지 대안과 대책이 쏟아지지만,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상황이 반복되었으나, 올 겨울은 모든 방역주체들이 각자의 위치에서 역할을 분담하고 책임감 있게 맡은바 소임을 다해 준다면 AI 없는 충남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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