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을석 충북도교육청 장학사
[투데이포럼]


지난 목요일 제천에서 수많은 인명을 앗아간 화재사건이 있었다. 부모를 잃고 자식을 잃은 유족의 큰 슬픔을 어떻게 말로 다 표현할 수 있을 것인가. 안타까운 마음으로 고인의 명복과 부상당한 분들의 조속한 쾌유를 빈다. 원인을 살펴 통절한 고통이 되풀이 되지 않도록 안전 시스템을 설계하고 의식을 드높이는 계기로 삼았으면 좋겠다.

자신을 돌보지 않고 재난 속에 뛰어든 의인들의 빛나는 행동도 있었다. 이들은 화염과 연기 속에서 여러 사람들의 대피를 돕고 사다리차를 끌고 나와 여러 명의 소중한 목숨을 건졌다. 이런 분들의 용기 있는 선행도 밝혀 치하와 박수가 있었으면 좋겠다.

세월호의 교훈 때문인지 사건을 접한 관계 당국은 어느 때보다 발빠르게 사고 수습과 유족 지원을 위해 발 벗고 나선 것으로 알고 있다.

제천시, 충청북도는 재난상황실을 신속하게 만들고 유족을 1대1 매칭 지원하는 등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중앙정부도 행정안전부 장관 등이 화재 당일 사고현장을 찾아 화재진압에 힘을 보탰다. 충북교육청도 교육지원청에 상황실을 운영하는 한편 교육가족의 피해상황 파악, 학생 유가족의 심리치료 지원책 마련, 축제 취소를 비롯한 학사조정 등 슬픔을 함께 하는 여러 조치를 취했다.

필자도 사고 이후 전개상황을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주시하고 있다. 시간을 되돌릴 수 없지만 교훈을 얻어 사건이 되풀이되지 않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지난 22일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분향소를 찾아 조문하며 유가족을 위문했다. 유족들은 초동대처의 미흡을 따지며 울분을 토했다. 대통령은 결코 편치 않을 장소를 찾아 일일이 유족을 위로하고 비난의 목소리도 들었다. 하지만 큰 재난이 생겼을 때 현장을 찾아 사고를 수습하고 유족의 아픔을 같이 느끼고 슬픔을 함께 나누는 일만큼 중요한 일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사고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통감하고 국가를 대표하는 사람이 고통을 공감하며 사죄하는 일만큼 먼저 할 일이 있을까 싶다.

우리나라는 가뭄이 들고 홍수가 나면 백성의 어려움을 함께 한다는 뜻에서 임금조차도 반찬 가짓수를 줄였다. 부처의 동체대비(同體大悲)까지는 아니더라도, 국가(국가를 대표하는 사람)는 국민의 아픔과 슬픔에 깊이 공감하는 것을 가장 우선하고, 새로운 정책이라는 것도 그것을 바탕으로 삼아야 마땅하다. 소통으로 번역되는 커뮤니케이션(communication)이란 말의 어원이 '공유한다', '함께 한다'는 뜻이라고 한다. 공감하고 이해하지 못하면 불통이 될 수밖에 없다. 돌이켜보면 지난 촛불정국에서 가장 크게 울려 퍼졌던 말이 '불통정부 규탄'이 아니었던가.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