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종태 대전서구청장
[화요글밭]


며칠 전 충북 제천시 스포츠센터 화재로 29명이 안타까운 목숨을 잃었다. 40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지난 2008년 경기 이천 냉동창고 화재 이래 최악의 참사다.

사망자 대부분은 2층 여성 사우나 이용자들이었다. 발화지점인 1층 주차장에서 불길이 순식간에 사우나를 덮쳐 미처 빠져나오지 못해 질식사한 것이다.

소방당국의 조사 결과 이번 사고 역시 안전의식 부재가 낳은 인재(人災)일 가능성이 높다. 인명피해가 컸던 이유가 2015년 의정부 10층짜리 건물인 대봉그린아파트 화재와 크게 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불이 난 스포츠센터 건물은 지난 10월 리모델링했는데 이때 외벽 등을 불에 약한 자재를 사용했기 때문에 피해가 컸던 것으로 관계당국은 보고 있다.

의정부 대봉그린아파트 화재 때도 5명이 사망하고 125명이 다쳤는데 그곳 역시 제천 스포츠센터와 같은 외벽마감재를 사용해 화를 키웠다.

이 사고 이후 정부는 6층 이상 모든 건축물에 불에 타지 않는 단열재를 외장재로 사용토록 의무화했지만, 이전에 지어진 건축물들은 제외됐다.

제천 스포츠센터는 7층 건물이자 2012년 준공됐다. 건물 구조 역시 사고에 무방비상태였다.

대봉그린아파트는 꼭대기 층인 10층 오피스텔의 방을 늘려 원룸 주거용으로 쪼갠 채 사람들을 입주시켰다. 이런 불법증축이나 개조를 하면 이동 통로가 좁아지고 환기 시설과 소방시설을 불가피하게 축소할 수밖에 없고, 가연성이 높은 자재를 칸막이로 사용할 가능성이 커 피해는 더 커질 수 있다는 문제점이 발생한다.

제천 스포츠센터 역시 위법 여부를 떠나 내부 구조가 미로에 가까웠다. 특히 2층 여탕 사망자 대부분이 욕탕 출입구 쪽에 집중됐는데 유리로 된 출입문은 동전크기 만한 버튼을 눌러야 했다.

검은 유독가스가 가득 찬 상황에서 이 버튼을 누르지 못한 것이다.

불법주차로 인한 골든타임도 이번에 반복됐다.

대봉그린아파트 화재 시 아파트 진입로 양옆에 늘어선 20여 대의 불법주차 차량으로 인해 소방차량 현장 진입이 10여 분 이상 늦어졌다.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참사에서도 사다리차가가 이면도로 주차차량으로 인해 30분을 허비했다고 한다.

불법주차 단속구간은 아니었다지만, 이로 인해 초기 진화 및 구조 활동에 더 없이 중요한 골든타임 5분은 순식간에 흘러간 것이다. 건설 경기 활성화 명목으로 풀어 준 주차대수 완화는 주차장 부족난을 부추겼다.

원룸이 빼곡히 들어찬 주택가 골목은 작은 소방차 한 대가 움직이기도 버거울 정도로 화재에 취약하다.

이번 참화를 계기로 정부와 지자체는 책임감을 갖고 다시 한 번 법과 제도 정비에 나서야 할 것이다.

우리 서구도 연말 겨울철을 맞아 진행하는 안전점검에 소홀함이 없는 지 다시 한 번 들여다 볼 것이다.

소방도로에 대한 점검과 단속도 강화할 방침이다. 여기에 건물주들도 자체 점검을 통한 화재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비상구 문을 잠그거나 비상계단에 물건을 쌓아 대피를 방해해서는 안 된다.

화재 시 나의 가족이 빠져나가야하는 유일한 탈출구이기 때문이다.

지금이라도 모두 함께 머리와 가슴을 맞대고 잘못된 점을 바로 잡아나가는 것이 희생자들과 유가족들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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