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투데이-초록우산 어린이재단 러브 투게더]
12. 세천동 5남매 - 3편
10평 남짓 초록 대문집 모든 공간 두세걸음 안… 좁은 주방·막힌 세면대 10만원 월세 1년 밀려

그곳엔 찬 바람이 불었다. 대전의 끝자락, 동구 세천동에는 다섯 남매가 산다. 남매가 사는 집 담벼락에는 벽화가 그려져 있다. 들어가는 대문은 칠해진 초록색 페인트가 군데군데 벗겨져 있었다.

문을 열고 아이들이 지내는 방 안으로까지 가는 데는 한 발자국이면 충분했다. 부모와 다섯 남매, 총 일곱 식구가 사는 이 집은 10평이 채 안된다. 아이들이 먹고 자고 씻는 곳은 모두 두세 걸음 남짓에 있다.

방 두 개짜리 집. 방 하나는 일곱 식구가 들어가면 발 디딜 데 없이 꽉 찼다. 모퉁이에 있는 다른 방 하나는 초등학생 큰 아이 한명이 발 뻗고 눕기에도 어려웠다.

주방이라 불리는 곳은 2칸짜리 싱크대가 전부였다. 밥과 국을 놓을 식탁은 찾아볼 수 없었다. 주방과 마주보고 있는 화장실은 안과 밖의 기온이 차이나지 않았다. 시멘트 바닥에서 올라오는 냉기가 온몸으로 느껴지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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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섯 남매의 집은 워낙에 비좁아 군데군데 짐들이 쌓여 있다. 사진은 주방 맞은편에 위치한 화장실 모습. 사진=홍서윤 기자
첫째부터 셋째까지 장애가 있는 터라 아이들을 씻기는 일은 부모의 몫이다. 세면대는 고치지 못해 오랜 기간 막혀 있다. 구석에 둔 빨간 고무대야에 데운 물을 받아 아이들 몸을 녹이는 게 전부다.

다섯 남매는 이 곳에서 몇해의 겨울을 보내왔다. 어머니 미숙 씨는 “좁기도 좁고 또 날이 더 추워지면서 아이들을 제대로 씻기는 것은 더 엄두도 내지 못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 집은 보증금 50만원, 월세 10만원이다. 전에 살던 집 월세 1년치가 밀려 있는 데다 일곱 식구를 반기는 집 주인이 없어 어렵게 구한 집이다.

부모는 이제 아이들 방도 마련해주고 따뜻한 곳으로 이사가고 싶지만 그게 언제가 될지는 모른다고 했다. 중국집 오토바이 배달에 간혹 불러줄 때는 대리기사로도 나가지만 구멍난 항아리처럼 번 돈은 금세 바닥이 난다고 했다.

아버지 선종 씨는 “밤낮없이 일해도 보일러에 기름 채워넣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가족의 삶은 그렇게 대전 끝자락까지 밀려왔다.

<26일자 1면에 4편(종편) 계속>

홍서윤 기자 classic@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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