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병에 든 분말이나 과립 커피, 스틱 형태의 커피믹스 그리고 일회용 컵으로 뽑아 마시는 자판기 커피는 오랫동안 우리에게 익숙한 커피의 상징이었다. 여기서 국민들의 입맛을 이른바 아메리카노, 카페라떼 등으로 대표되는 고급 원두커피 취향으로 옮겨오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소요되지 않았다. 우리 국민 1인이 소비하는 커피는 연간 500잔이라니 대단한 기호품이 되었다. 전국 곳곳에 자리 잡은 커피숍 '카페'는 그동안 음침한 지하 술집을 통칭하며 잘못 쓰이던 명칭의 본래 의미를 되찾아 주기는 하였다. 커피콩 한 톨 생산하지 못하는 우리나라에서 실로 엄청난 소비규모인데 앞으로 지구온난화와 기상이변 등으로 커피 재배면적이 급감하리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그럴 경우 커피공화국 대한민국은 어떻게 변할까. 대중의 취향과 소비패턴 변화주기가 갈수록 빨라지는 현실을 감안한다면 최근 반짝 열기 끝에 자취를 감춘 카스텔라처럼 카페도 단명으로 끝날까, 또는 인간의 이야기 본능에 따라 무엇인가를 말하며 소통하고 싶은 욕구가 있는 이상 거기에 곁들여지는 커피의 생명력은 유구하리라는 여러 분석이 나온다.
값이 오른다 해도 일정 수요는 존속하겠지만 커피를 대체할 대안품목에 눈을 돌릴 만하다. 우선 현대화된 전통차나 쌀 같은 곡물을 이용한 기능성 음료 등이 떠오르는데 커피성분이 주는 독특한 향과 자극, 각성 기능의 창출여부가 관건일 수 있다. 커피 생산량 1위 브라질이 잇따른 가뭄으로 올해 초 외국에서 커피를 수입해야 한다고 발표했다니 심각한 상황인 모양이다. <한남대 프랑스어문학과 교수·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