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 인큐베이터 관리 도마위
상급종합병원 23.1%는 10년 이상된 ‘노후장비’
다른급 산부인과도 심각 사용제한기준 마련 시급

서울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신생아 4명이 잇따라 숨진 사고가 발생하면서 지역 산모와 예비엄마들이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아직까지 뚜렷한 사망 원인이 밝혀지지 않고 있지만 노후된 분만 관련 시설에 대한 문제가 함께 제기되면서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9일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사망한 신생아 3명에게 사망 당일 시행했던 혈액배양검사에서 항생제 내성이 의심되는 세균인 ‘시트로박터 프룬디(Citrobacter freundii)’가 검출됐다. ‘그람 음성균’에 속하는 시트로박터 프룬디는 이번에 사망한 미숙아와 같이 면역 저하자에게 병원감염을 일으킨다. 다만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육안 관찰 소견만으로는 사망 원인을 특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내놓음에 따라 최종 사인분석까지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의료계는 이번 사고를 놓고 인큐베이터 관리의 총체적 부실을 지적하고 있다. 36주 미만의 미숙아는 면역력이 현저히 떨어져 세균 등에 노출될 경우 급성 패혈증으로 사망에 이를 수 있어 외부와 차단된 인큐베이터 안에서 치료를 이어가는 것이 보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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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합뉴스
▲ 서울 양천구 이대목동병원에서 숨진 신생아의 장례 절차가 19일 진행됐다. 유가족이 관을 어루만지고 있다. 연합뉴스
문제는 이 같은 인큐베이터가 10년 이상 노후된 상태로 운영되고 있다는 점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자료를 보면 2014년 5월 기준으로 상급종합병원 인큐베이터 867대 중 200대(23.1%)가 10년 이상 된 장비인 것으로 집계됐다. 또 종합병원급 의료기관의 980대 중 433대(44.2%), 병원급 의료기관의 331대 중 197대(59.5%), 의원급 산부인과 227대 중 143대(63%)가 10년 이상 노후된 장비로 조사됐다.

그러나 인큐베이터 사용 제한 기한에 대한 별도 기준은 정해져 있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보건당국은 MRI나 CT, 유방촬영기 등 고영상 촬영장비만 질 관리를 하고 있기 때문에 인큐베이터의 경우 통상적인 의료기관의 사용기구와 물품 소독지침을 따를 뿐이다. 결국 당장 출산을 앞둔 지역의 예비엄마들 입장에선 출산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을 호소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지역 의료계 관계자는 “사고 원인에 대해 아직 섣불리 예단할 수는 없지만 미숙아의 건강을 관리하는 인큐베이터에 대한 품질관리 기준이 없다는 것은 과거부터 이어져 온 심각한 문제”라며 “미숙아 등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분만 관련 의료장비에 대한 질 관리 기준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인희 기자 leeih5700@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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