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연우 공주대학교 객원교수
[시론]

지난 주 문재인 대통령의 방중결과에 대한 엇갈린 평가들이 인구에 회자되고 있는 것은 최근의 한반도를 둘러싼 미중 간의 물밑 대화 가능성에도 초점이 맞춰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12월 12일 방중 하루 전에 틸러슨 미국무장관은 '만약, 미국이 휴전선을 넘어야 하는 일이 생기더라도 다시 3.8선 아래로 내려가겠다고 중국 측에 약속했다.'는 보도와 '중국과 북한 내 핵의 확보 방안에 대해서도 이미, 논의했다'고 밝힌바 있다.

같은 날 미 국무장관의 북한과의 전제조건 없는 무조건 대화 역시, 백악관에선 어떤 경우든 북한과의 대화는 결코, 없을 것이라고 못박았지만 국내외 외교전문가들의 분석은 틸러슨 장관이 독단적으로 발언했다고는 보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청와대 역시, 북한의 도발과 위협을 중단하고 대화에 복귀해야 한다는 미국의 기본입장을 다시 한 번 강조한 것으로 평가한다는 입장이지만, 미국이 당면한 문제만을 고려하고 한국의 북핵 위협은 아예, 내버려두겠다는 의미로도 해석될 수 있어 이에 대한 깊은 우려도 간과할 수 없는 현실이다. 일부에선 북한의 급변사태가 발생할 경우 북한의 지리와 언어 등에 익숙지 않은 미특수전부대가 작전을 펼치려면 한국군의 지원 없이는 어렵다는 사실과 그들의 지원부대 역시, 한반도 인근에서 작전을 전개하려면 당연히 우리 정부와 군의 감시망에 포착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고 보면 코리아 패싱(Korea passing)은 절대 불가능하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문제는 우리의 대응이다. 방중 성과에 대한 입장차와 굳이, 왜 갔느냐는 목소리의 출처는 중국의 태도에 집중되어 있음이 분명하다.

그러나 그것이 중국의 홀대라면 한국의 길들이기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 또한, 국민들의 생각이다.

과연, 문대통령은 이번 방문에서 한국의 목소리를 내지 못했을까? 14일 정상회담에서 중국은 지난 9월, 11월에 이어 이번에도 사드(THAAD) 문제를 다시 회담의 주요 주제로 제기했다. 이어 비공개회담에서도 사드문제를 한국이 적절히 처리해 주기를 희망한다고 중국 측은 발표했다.

이에, 문대통령은 이는 역지사지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며 북핵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고 한반도에 항구적인 평화를 정착시키기 위한 공동의 입장을 재확인하고 구체적인 협력방안을 추진하며, 양국이 공동의 번영의 길로 함께 나가며, 한반도와 동북아 나아가 세계 평화의 번영에 기여해야 할 운명적 동반자 관계임을 재천명하였지만, 언론의 보도대로라면 시진핑 주석의 입장은 여전히 완강했다는 것이 사실이다.

아무튼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들은 제외되고, 미중 간 우리가 모르는 사이 어떤 합의가 이루어질 수도 있다는 판단에 우려를 씻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하겠다. 시리아 내전의 경우처럼 WMD(대량살상무기)를 미국에 넘기고 생명을 연장한 아사드 정권의 사례는 북한에서도 충분히 재연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이미, 북한의 급변사태 가능성에 대한 문제제기와 WMD의 치명적인 위협에 미중 간 수뇌부들은 충분히 논의하였을 것이라는 얘기가 더 설득력을 얻고 있음도 주목된다. 유엔군 사령부의 후방기지 담당과 물자를 제공하는 일본 역시, 미국을 앞세워 얼마든지 개입할 수도 있다는 가정은 벌써부터 있어왔던 얘기다.

이 같은 주변 강대국들의 첨예한 이해관계에서 벗어나 한반도 정세를 우리가 주도해 통일까지 연결할 수는 없을까? 우리의 준비와 대응이 무엇보다 중요함을 다시 한 번 강조한다. 문제는 북핵과 관련하여 전쟁 가능성까지 언급되는 상황에서 맞은 문대통령의 방중의 의미는 그래서 더 희석되고 있는지도 모른다.

냉엄한 국제사회 현실에서 우리에게 힘이 없으면 우리의 의지와는 전혀 다른 일들에 선택의 여지도 없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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