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옥준 대전시 운송주차과장
[투데이포럼]

도심 중심가 한가운데 주차차량이 엉켜 차도에서는 크락션이 여기저기 울리는데도 바로 옆 텅 비어 있는 건물주차장의 바리케이트 안의 주차장은 텅 비어 있다. 주차장을 함께 사용한다면 혼잡은 피할 수 있을텐데….

미국 시사 주간지 ‘타임’은 공유경제(Sharing Economy)를 2011년 ‘세상을 바꿀 수 있는 10가지 아이디어’로 꼽았다. 공유경제란 ‘물건을 소유하는 개념이 아닌 서로 빌려 쓰는 경제활동’이라는 의미로 제품을 소유한 사람 또는 기업들과 이용을 원하는 사람들이 실물 또는 가상의 시장에서 거래를 통해 자원의 효율적 이용을 도모하는 것이다. 소유자와 이용자, 중개자, 사회전체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윈윈(win-win)구조를 지향하고 있다. 이런 공유경제 개념이 주차장 수급관리 분야에 도입된 것이 주차공유이다.

막대한 재정투입이 필요한 신규 주차장 건설이 아닌 이미 설치돼 있는 주차장의 개방과 공유를 통해 이용률을 높여 주차장 공급 효과를 도모하는 것이다. 배타적으로 사용했던 자신의 주차공간을 이용하지 않는 특정시간 동안 개방해 필요로 하는 사람이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대전시도 지난 7월 주차관리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지역 여건에 적합한 주차공유 활성화 방안을 마련해 추진하고 있다. 주차장 조례 개정 등을 통해 공유주차장에 대해 시설비 등을 지원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고 사물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주차정보 제공시스템 구축 등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내년에는 주차장 수급실태조사, 부설주차장 개방시 시설비 지원, 주차환경개선 마을공동체 공모사업 등 주차공유 지원사업을 체계적이고 본격적으로 추진한다.

정부와 지자체의 여러 행정적·재정적 지원에도 불구하고 주차공유 확산 속도는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사업의 취지나 필요성은 누구나 공감하지만 자신의 주차장을 개방해 타인이 함께 사용하도록 하는 것을 흔쾌히 승낙하기에는 현실적으로 무척 어려운 결정이다. 출차시간 미준수, 무단주차, 보안문제, 사생활침해, 쓰레기 투기, 접촉사고 발생시 책임소재 규명 등 주차장 개방시 겪어야할 불편함과 스트레스가 명약관화하기 때문이다.

대전시는 보조금, 주차요금 수입, 지역사회에 공헌했다는 자긍심 고취 같은 반대급부의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으나 주차장 소유주가 격는 불편함과 스트레스에 비해서는 턱 없이 부족한 지원이다. 그래서 공유주차장을 이용하는 시민들이 올바른 주차의식과 도덕성을 가지고 함께 할 때 공유라는 시민의식이 발휘될 것으로 본다.

지역 주민들 간 상호신뢰를 바탕으로 한 공동체 의식, 나눔과 배려를 실천하는 시민 문화가 자리 잡을 때 주차공유도 활성화 될 수 있을 것이다. 과거 두레, 품앗이 등을 통해 서로의 부족함을 채우며 함께 살아가던 우리 선조들의 지혜와 문화가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21세기에 부활해 나눔과 배려로 함께 행복할 수 있는 주차공유 문화가 확산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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