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진 KEB하나은행 대전황실지점 PB팀장
[경제인칼럼]

한 고객이 요새 뜨고 있는 가상화폐 쪽으로 투자하겠다며 내점했다. 이미 투자하고 있는데 그 수익률이 좋아서 추가 투자하겠다고 말이다. 필자도 사람인지라 그런 고금리 상품들 이야기에 솔깃하며 귀가 팔랑팔랑한 것이 사실이었다. 작은 금액이라도 해봐? 나만 안하면 바보 되는 거 아닐까? 하는 마음도 살짝 있었다.

요새 출근길에 김생민의 ‘영수증’이라는 라디오 팟 캐스트를 듣는다. 이 방송은 짠돌이로 알려져 있고 '통장요정'이라 불리는 개그맨 김생민이 진행하는 프로그램이다. 주요 내용은 소비를 지양하고 자신만의 절실한 마음을 가지고 꼭 필요한 곳에 현명한 소비를 하자는 것이다. 또 단번에 부자가 되리라는 말도 안 되는 생각을 접고 차근차근 적금을 들어서 돈을 모으라는 경제조언도 한다. 현명한 소비에는 ‘그뤠잇(GREAT)’을, 낭비라고 여겨지는 소비에는 ‘스튜핏(STUPIT)’이라고 하는 유행어를 탄생시켰다. 예금과 적금, 담보대출과 신용대출 등에 대한 지식도 정확히 알고 있고 그것을 해당 사연마다 재밌게 적용시키는 입담과, 기가 질려버리게 만드는 절약 아이디어를 듣자하면 웃기면서도 은근 공감이 갔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았지만 자신만의 계획을 갖고 절약하며, 차근히 저축했던 그 꾸준함과 성실함이 지금서야 빛을 보고 있는 것이리라. 아마도 이런 점이 빠른 결과를 성취해 내고, 한 번에 크게 얻기를 바라는 속도 경쟁에 찌든 우리들에게 신선한 청량감을 주고 있는 것이라 생각된다.

필자가 만나는 큰 부를 이른 사람들도 대게 그러했다. 유행하는 상품이나 고수익 상품을 최우선시 하지 않았다. 본인이 잘 아는 것에만 투자했고 그때도 신중했다. 게다가 크게 버는 것보다는 잃지 않는 투자를 하고자 민감하게 반응했다. 살아오면서 경험한 것에 대해 자기만의 해석의 툴을 가지고 있었고, 경제상황에 따라 달리 제공 되어지는 상품들에 대해서는 스스로가 공부하고 투자했다.

‘남들이 하니까 나도 얼른 해야지’가 아니라 ‘남들이 하든지 말든지 상관 않고 하는 것’이 재테크의 마음가짐이다. 자기가 중심이 돼야 하고 막연하게 꿈꾸는 것보다는 명확하고 절실한 자신만의 방향성을 가져야 하는 것이 정말 필요하다. 기억할 것은 주식이나 가상화폐가 나쁘다는 것이 아니다. 그것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그저 주워들은 풍월로 하는 투자, 우연찮게 단기간의 고수익 경험을 실력이라 생각하고 투자하는 행태가 문제인 것이다.

열심히 공부하고 투자대상에 대해 분석하며 그런 후 가치 있다고 판단되면 그것은 맞는 투자다. 즉, 본인만의 투자 아이디어를 고민하는 노력과, 누구에게도 휘둘리지 않는 실행력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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