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립미술관·이응노미술관
'다음연도 2월→ 당해연도 연말' 지출마감 당겨졌다며 전시 마감
타지역, 지출부서 협의… 공백 無

대전의 양대 공립미술관이 특별한 기획전시 하나 없이 연말을 마무리해 시민 문화향유권이 침해받고 있다.

대전시립미술관과 이응노미술관은 17일을 끝으로 올해 기획전 막을 내렸다. 이들 미술관은 이날을 기점으로 연말 혹은 내년 1월초까지 최장 한달 가까이 기획전시가 없다. 공백을 메꾸려 갖고 있던 소장품이라도 전시한다는 계획이지만 미술관의 꽃인 기획전이 없다는 자체만으로 시민 욕구를 만족시키기 어렵게 됐다.

미술관 측은 기획전이 일찍 마감된 배경으로 달라진 회계연도 규정을 들고 있다. 지방재정법이 바뀌면서 지출마감 기한이 다음연도 2월에서 당해연도 연말로 당겨져 미술작품 철거비용이나 운송비 등을 미리 집행해야한다는 것이다.

대전시립미술관 류철하 학예연구실장은 “전시를 연장하려고 해도 올해 안에 예산 집행을 마감하고 정리해야해 전시 기간을 맞추기가 쉽지 않다”며 “기한 안에 예산을 다 집행하지 못하고 반납하게 되면 다음번 예산을 세울 때 지적사항으로 남을 수 있다”고 말했다.

대전시 윤미란 예술진흥담당 사무관도 “회계연도 결산일정은 지방재정법에 명시돼있다. 일을 하는 입장에서 법을 따르지 않을 수 없다”며 “다만 미술관들이 공백기간을 최소화하려 소장품 전시를 준비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미술관이나 대전시 말과는 달리 타 시·도는 똑같은 제약에도 다른 대처법을 보이고 있다.

전국 7대 특·광역시 중 시립미술관이 있는 서울과 부산, 대구, 광주는 연말부터 내년초까지 평균 2~3개 기획전이 공백없이 이어진다. 광주시립미술관 관계자는 “우리도 회계연도에 전혀 영향을 받지 않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다만 연말연시 전시 관람 수요가 많다는 점 등을 고려해 지출부서와 사전에 여러 협의를 거쳐 전시기간을 안배했다”고 말했다.

부산시립미술관 한 학예사도 “일반행정으로 보면 당해연도에 다 집행하는 게 원칙이지만 문화행정은 성격이 다소 다르다”며 “시민들에 문화를 보여줘야할 미술관이 특정시기 전시가 없는 것은 죽어있는 것과 다름없다. 준비는 올해 예산으로, 더 들어가는 예산은 내년도 것을 쓰도록 조정했다”고 말했다.

지역문화계에서는 시민 문화향유권 확보 차원에서 대전시의 적극 행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박은숙 대전문화연대 대표는 “연말 기획전 부재는 시민의 관람 수요를 고려하지 않는 전형적인 행정편의주의”라며 “운영의 묘를 발휘하는 다른 시·도와도 크게 대비된다. 시민의 문화권을 확보해야할 대전시는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의문이다”라고 말했다.

홍서윤 기자 classic@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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