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태용호 E-1 챔피언십 우승컵, 선제골 실점 등 수비진은 숙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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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6일 오후 일본 도쿄 아지노모토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7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 시상식에서 우승한 한국 선수들이 시상대에 올라 우승컵을 들고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신태용호가 2017 동아시아연맹(EAFF) E-1 챔피언십에서 정상에 오르면서 2018 러시아 월드컵을 앞두고 커디란 자신감을 쌓았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대표팀은 16일 일본 도쿄 아지노모토 스타디움에서 열린 일본과 대회 3차전 최종전에서 맞붙은 '숙적' 일본과 통산 78번째 한일전에서 무려 4-1 대승을 거두고 우승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2차전까지 1승1무로 일본(2승)에 밀려있던 한국은 3차전 승리로 역전 우승의 기쁨을 맛보면 2015년 대회 이후 2연패에도 성공했다.

더불어 2010년 5월 이후 7년 7개월 만에 일본을 상대로 최근 이어진 일본 상대 무승(3무2패)의 고리를 끊어내는 성과를 거뒀다. 무엇보다 신태용 감독은 이번 E-1 챔피언십을 통해 러시아 월드컵 무대를 빛낼 국내파 K리그 선수와 일본 및 중국파 선수들에 대한 점검을 제대로 할 수 있었다는 게 최고의 수확이다.

특히 아시아의 라이벌 일본을 맞아 4골이나 터뜨린 선수들의 결정력은 그동안 무기력한 모습만 봐왔던 팬들의 눈을 오랜만에 정화시켰다. 출발점은 아쉬웠지만 종착역에서 환호를 지를 수 있었다.

10월 러시아와 스위스에서 치른 원정 평가전에서 러시아(2-4패)와 모로코(1-3패)에 완패를 당한 신태용호는 출범 이후 최악의 위기에 빠졌다. 때마침 불아닥친 '히딩크 영입론'까지 겹치면서 신 감독은 팬들의 '사퇴 요구'로 힘겨운 시간을 보내야 했다.

신태용호는 11월 남미의 강호 콜롬비아를 2-1로 꺾으면서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고, 동유럽의 강호 세르비아와 2-2로 비기면서 가능성을 엿봤다. 10월 평가전에는 K리그가 빠진 반쪽 대표팀이었고, 11월 평가전은 국내파와 해외파가 모두 모인 완성체였다.

이런 가운데 신태용호는 이번 E-1 챔피언십을 맞아 유럽파가 모두 빠지고 K리그 선수를 주축으로 일본 및 중국에서 뛰는 일부 선수를 포함해 대회 2연패에 나섰다.

뚜껑을 열자 신태용호는 불안감을 그대로 노출했다. 중국을 맞아 4-2-3-1 전술로 나선 한국은 전반 9분 만에 선제골을 내주며 끌려갔고, 김신욱과 이재성(이상 전북)의 연속골로 역전에 성공했지만 고질적인 후반 막판 조직력 불안이 또다시 불거지며 후반 31분 동점골을 내주고 2-2로 비겼다.

수비진은 사실상 월드컵 무대에 나설 선수들로 뽑았다고 공언한 신태용 감독의 말이 무색한 2실점이었다. 북한과 2차전은 더욱 상황이 나빴다. 3-4-3 전술로 출격한 한국은 북한을 상대로 이렇다 할 공격을 보여주지 못하고 상대 자책골로 1-0으로 '승리를 당하는' 민망한 장면까지 연출했다. A매치 데뷔전을 치른 진성욱(제주)이 몇 차례 위협적인 모습을 보여줬지만 공격진은 끝내 무득점으로 침묵했다.

대표팀 전력에 대한 팬들의 걱정은 더욱 깊어졌고, 대표팀은 일본과 최종전에 '다걸기'로 나섰다. 무릎 상태가 좋지 않아 1, 2차전에 나서지 못했던 이근호(강원)를 김신욱과 투톱 스트라이커로 호흡을 맞춘 4-4-2 전술로 일본을 상대했다.

1차전 '4-2-3-1 전술', 2차전 '3-4-3 전술'에 이어 3차전에서는 4-4-2 카드를 꺼내 들면서 신 감독은 러시아 월드컵 본선 무대를 향한 전술 실험을 이어갔다. 결과적으로 신태용 감독의 마지막 전술 선택은 성공작이었다. 한국은 일본을 상대로 무려 4-1 대승을 따내는 성과를 얻었다.

한국이 A매치에서 4골 이상 넣고 이긴 것은 2015년 11월 라오스와 러시아 월드컵 2차 예선 이후 2년 1개월 만이다.

다득점도 기분이 좋지만 한 때 대표팀 공격진의 '계륵'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김신욱이 장신을 이용한 헤딩은 물론 왼발 슈팅으로 2골을 뽑아내면서 '김신욱 활용법'의 좋은 예를 보여준 게 큰 성과다. 헤딩골은 김진수(전북)의 정확한 측면 크로스가 있어서 가능했고, 추가골 역시 이재성(전북)의 정확한 땅볼 패스가 밑바탕이 됐다.

더불어 4골 가운데 2골이 한국의 취약점으로 꼽힌 세트피스 상황에서 나온 것도 고무적이다. 정우영(충칭 리판)의 무회전 프리킥 득점과 염기훈의 왼발 프리킥에 의한 마무리 득점도 그동안 보여주지 못했던 한국의 잠재력을 드러내는 장면이었다.

다만 중국전에 이어 이날도 전반 초반 이른 실점으로 스스로 힘든 경기를 만들어가는 장면은 여전히 '옥에 티'로 남았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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