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투데이-초록우산어린이재단 공동캠페인 '러브 투게더']
12. 세천동 5남매 이야기 - 2편
가난·건강악화 ‘이중고’
치매 아버지도 돌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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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천동 5남매와 부모가 함께 모여 과자를 먹으며 얘기하고 있다. 아이들과 부모가 함께 모이면 좁은 방이 꽉 들어찬다. 사진=홍서윤 기자
불행하다고 느껴질 때, 순간을 함께 하는 아이들이 있기에 그들은 웃음 짓는다. 대전의 끝자락, 동구 세천동에는 다섯 남매가 자라고 있다. 첫째 12살 승준이(가명)부터 8살 셋째 승진이까지 세 아이는 줄지어 장애를 가졌다. 말이 어눌하고 학습이 느린 지적장애 3급이다.

이 가정은 기초생활수급자다. 부모는 다섯 아이를 키우느라 삶을 잃어버렸다. 아버지 선종 씨의 삶은 불규칙하다. 그는 하루 단위로 임금을 받는 일용직이다.

10남매 중 여덟째로 출생한 선종 씨는 가정형편이 어려워 어렸을 때부터 중국집에서 일해왔다. 지금은 중국집에서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일거리가 없을 때는 밤에 대리기사로 나간다. 늦은 밤에 나갔다가 이른 아침에 들어오는 날이 부지기수다.

그는 “사실 일이 지치고 고되기는 하지만 어찌하겠나. 다만 뭐라도 매일 해야 한다. 다섯 아이를 키울 생각하면 잠이 잘 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때는 중국집 주방에서 일했던 선종 씨지만 지금은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힘든 강도의 일은 하지 못한다. 그는 2011년 교통사고가 나 어깨에 핀을 고정하는 수술을 받았다. 이제는 핀을 제거하는 수술을 받아야는데 수술비 부담에 몇년째 병원에 갈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워낙에 바깥에서 일하는 데다 뼈가 어긋나게 붙어서 찬바람이 오면 통증이 심한 터라 선중 씨는 자신도 모르게 늘 인상을 쓰고 있다.

두살 터울로 다섯 아이를 낳은 어머니의 몸 상태도 좋지 못하다. 어머니 미숙 씨는 제대로 미역국 한 번 먹어보지 못했다.

허리디스크도 심해 아이들이 안겨올 때면 자신도 모르게 겁부터 난다고 한다. 미숙 씨는 일 나간 남편을 대신해 하루종일 홀로 다섯아이를 돌보느라 편두통도 심하고 부담감도 크다.

내년이 되면 이 가정에 또 한 명의 식구가 들어올지도 모른다. 형제들을 대신해 선종 씨가 아버지를 맡아야 하는 것. 10남매를 키워온 아버지지만 늙고 치매가 심해지자 돌보겠다고 나서는 이는 없었다.

선종 씨는 아이들이 많아 걱정이지만 아버지를 모른체 할수는 없다고 했다. 그는 “어머니는 요양원에 계셔서 치매가 있는 아버지가 혼자 집에서 지내기 어렵다. 내년쯤에는 내가 아버지를 돌봐야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22일자 1면에 3편 계속>

홍서윤 기자 classic@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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