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식 문화카페]

▲ 영화 '엘리제궁의 요리사'에서 대통령 개인 셰프 라보리(카트린 프로)와 송로버섯을 보는 대통령 역의 도르메송
삶은 아름답다. 삶은 잔인해지기도 한다. 그렇지만 결국 아름다운 삶이다. 삶이 어떤 모습이거나, 일종의 기적인지 또 다른 이유에서든지 우리는 삶에 매달리게 마련이다.

-장 도르메송 '어디서 어디로 무엇을'에서



현직 대통령으로서 작고한 인물에 대한 추도사를 시중 일간지에 기고하는 사례는 보기 드물다. 대개 대변인을 통하여 짧고 의례적인 소회를 피력하곤 하는데 지난주 92세로 세상을 떠난 프랑스의 철학가, 소설가인 동시에 영화배우였던 장 도르메송을 추모하며 마크롱 대통령이 '르 피가로'지에 기고한 장문의 추도문은 여러 면에서 눈길을 끈다. "고인은 사람들을 더 현명하게 행복하게 선하게 만들어주는, 조용하지만 날카로운 대화로 인도하는 분"이라고 프랑스의 국민지성, 국민철학자를 애도했다. 프랑스 최고의 학술예술기관인 아카데미 프랑세즈에 48세로 최연소 입회기록을 보유한 도르메송이 고답적인 분위기의 아카데미 프랑세즈 회원으로서 보인 행보는 대중 속으로 파고드는 친화력 그 자체였다. '장 도'라는 애칭으로 철학이 결코 난해하거나 삶과 동떨어진 사변적 영역이 아님을 다양한 방법으로 전파한 장 도르메송은 전직 대통령 주방장 이야기를 다룬 영화 '엘리제궁의 요리사(2012)'에서 80대 중반 나이에 미테랑 대통령 역으로 출연하여 좋은 연기를 보여주기도 하였다. 전문적인 철학논문으로부터 소설, 학생용 프랑스 문학사 문고판 서적 집필에 이르기까지 그는 권위를 멀리하고 삶이 아름다운 것임을 대중적으로 명료하게 설파하기에 주력하였다. 경제논리와 시장체제 아래 철학을 향한 어려움이 가중되는 이즈음 탁월한 철학자, 인문학자 장 도르메송의 타계는 더욱 아쉬움을 남긴다. <한남대 프랑스어문학과 교수·문학평론가>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