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두순사례 등 폐지여론 확산
법원도 주요범죄서 적용 제외
법조계 견제장치있다며 ‘신중’
“무조건폐지, 피해자 나올수도”

음주상태에서 범죄를 저지른 행위를 심신미약으로 판단해 처벌을 줄여주는 사회적 관용의 ‘주취감경’을 두고 폐지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8살 난 여아를 성폭행한 혐의에도 불구하고 주취감경이 적용된 조두순 사례 등을 이유로 폐지를 주장하지만 법적 취지에 있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해석도 나오는 상황이다.

13일 대검찰청 범죄분석 자료에 따르면 2015년 살인 혐의로 기소된 피의자 중 34.9%가 술에 취한 상태에서 범행을 저질렀다.

주취범죄 비율은 성폭력(30.4%)과 상해(42.2%), 폭행(26.4%)에서도 높게 나타나는 것으로 집계됐다.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주취감경 폐지 청원에 한 달 만에 21만명이 참여하는 등 뜨거운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조두순의 출소가 임박하면서 음주행위로 인한 범죄와 이로 인한 감형이 법 정서와 크게 동떨어진다는 지적과 함께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법원도 성범죄에 대한 주취감경을 제외하는 등 주요 범죄 양형기준에서 주취감경을 제외하는 분위기다.

현행 형사소송법에는 ‘심신장애로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경우 형을 감형한다’고 명시돼 있지만 현장에서 이를 극히 제한적으로 적용하고 있다.

실제 지난 4월 여성 노숙인과 술을 마시던 중 말다툼을 벌이다 여성의 목을 졸라 살해하고 그 시신을 여행용 캐리어에 담아 유기한 혐의(살인 등)로 기소된 A(48) 씨의 경우 주취감경이 적용되지 않았다.

지난달 열린 A 씨에 대한 선고공판에서 대전지법 제11형사부(재판장 김정민)는 “범행 당시 술을 많이 마셔 심신미약 상태였다”는 A 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이 같은 추세에 따라 주취감경 조항을 아예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법조계에선 제도가 이미 제한적으로 적용되는 만큼 폐지할 필요까지는 없다는 의견이다.

지역 법조계 관계자는 “주취감경 제도의 궁극적인 목적은 음주자를 무조건 봐주라는 게 아닌 의식 불분명 상태의 범죄 행위에 대한 처벌의 신중성을 추구하기 위함”이라며 “고의로 심신장애를 야기한 경우에 대한 견제장치가 이미 형법에 존재할 뿐더러 무조건적인 폐지는 자칫 억울한 선의의 피해자 양산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인희 기자 leeih5700@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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