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철 충남도교육감
[투데이춘추]

포항지역 지진으로 연기되었던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진 날, 펑펑 쏟아진 눈 세례에 ‘포항의 수험생을 걱정하는 우리 학생들의 마음을 칭찬하는 서설(瑞雪)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얘들아, 수고했다. 내년에는 너희 후배들도 이렇게 해 줄 거야. 애썼다. 가자. 따뜻한 거 사줄게” 선생님의 말에 재잘대며 쫓아가는 학생들을 보니 입가에 미소가 저절로 지어진다.

사랑이란, 소나기가 내릴 때 먼저 우산 속에 들어가지 않고 배고플 때 제 입에 먼저 음식을 가져가지 않는 것이란다. 뒷모습마저 학생들과 닮아있는 선생님은 학생을 사랑하는 것임이 틀림없다.

학교는 학생의 배움과 관계맺음이 시작하는 곳이다. 교사는 학생과의 관계맺음을 통해서 지식, 인성, 감성, 창의성, 체력까지. 가르치고, 배우고, 함께 성장한다. 그래서 학교는 즐거운 곳이어야 하고, 학생들이 평생을 살아갈 수 있는 힘을 학교에서 배워야 한다.

“너도 아프냐? 나도 아프다”라는 드라마 대사처럼 대한민국의 학생과 교사는 서로 다른 듯 비슷한 아픔을 겪고 있다. 누구는 학생 인권을 이야기 하니 교권이 무너지고 있다고 표현하지만 이는 있을 수 없는 말이다. 학생의 인권과 교권은 함께 보호 받아야 할 내용이다. 그러나 학생인권이 강조되는 반면 교육활동의 침해를 받는 교사의 목소리는 작게 들린다. 교사라는 이유로 말하지 못하고 속앓이만 하는 교사가 많기 때문이다.

충남의 경우 지난 3년간 학생과 학부모 등에 의한 폭언, 욕설, 수업진행방해, 교사 성희롱 등 총 506건의 교육활동 침해 사안이 발생했다. 학생에 의한 교권침해 사안은 줄어들고 있는 반면 학부모에 의한 침해 사안은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학부모의 교권침해는 자기 자녀만을 생각하는 이기주의에서 기인하는 바 크다.

충남교육청은 건강한 선생님, 행복한 학교 만들기를 위해 교권침해 예방 프로그램 운영, 교권보호를 위한 안전망 구축, 교원의 교권보호 역량 강화를 실천하고 있다. 교육 주체간 상호존중 분위기 형성을 위한 사제동행 캠프, 교원치유센터 및 프로그램 운영은 2017년에 이어 2018년에는 중점·확대 운영할 예정이다.

교원치유센터는 교권침해 피해교원이 언제든지 마음 놓고 상담할 수 있는 환경을 보다 강화하고, 변호사를 채용해 법률지원을, 전문상담사를 통해서는 상시상담이 가능하도록 준비하고 있다. 치유캠프는 교권침해로 인해 학생을 마주하기 두려워하고 피로가 누적되어 있는 교사에게 스트레스 완화와 산림치유, 명상 등을 통해 직무스트레스 해소 및 자존감 회복을 돕고 있다.

교사의 교육활동은 학생과 학부모의 신뢰를 바탕으로 이루어질 때 신바람 나는 교실을 만들 수 있다. 학생이 학생으로서 교육받아야 할 권리를 보장 받아야 하듯이 교사 또한 인간으로서, 교사로서 교육할 권리를 보장받아야 한다. 앞으로도 충남교육청은 교사와 학생이 함께 행복한 학교를 만들어가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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