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스트 구간 ‘휴보’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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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일 대전 유성구 카이스트에서 로봇을 이용한 ICT 스페셜 성화 봉송이 열려 과학 꿈나무가 직접 조정하는 탑승형 로봇(FX-2)이 성화를 봉송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대전의 마지막 성화봉송일인 11일 오후 4시25분경.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내구간에서는 내리는 눈을 맞으며 4시간전부터 특별한 주자들이 성화봉송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날 교내 성화 주자로 나선 이는 세계재난대응로봇 대회에서 우승한 휴머노이드 로봇인 ‘DRC 휴보(HUBO)’. 사람과 악수할 줄도 아는 휴보는 세계적인 로봇 공학자인 데니스 홍 미국 UCLA 교수에게 성화의 불꽃을 넘겨받았다. 성화를 손에 쥔 휴보는 마치 포토월에라도 선 듯 몇분간 상체를 180도 돌려가며 좌우의 관중에게 여유를 부리기도 했다.

휴보는 이내 무릎걸음을 걷는 듯 부드럽게 움직이다가 양옆에 사람이 많이 몰린 탓에 잠시 통신이 두절되면서 휘청거리기도 했다. 수분 만에 통신이 복구되자 휴보는 오른손에 쥐고 있던 전동드릴로 얇은 종이벽 가운데를 구멍내고 왼손에 있는 성화불꽃을 그 안으로 내밀었다.

종이벽 뒤에 있던 다음 성화 주자, 휴보의 아버지 오준호 교수는 성화를 이어받은 후 몇걸음을 걸어 자신의 키를 훌쩍 넘는 주자에게 건냈다.

다음 주자는 바로 평창동계올림픽 성화전달 이벤트를 위해 특별제작된 휴보 FX-2. 이날 외부에 처음 공개된 휴보 FX-2는 언뜻봐서도 왠만한 성인 남성을 넘어서는 거대한 몸집을 자랑했다.

인간탑승형 자이언트 이족 보행로봇인 휴보 FX-2는 2.5m의 장신에 몸무게만 280㎏이다. 체중 70㎏ 성인까지 탈 수 있는 휴보 FX-2에는 주니어 소프트웨어 창작대회 우승팀 대표인 이정재 군이 올라타 로봇을 조작했다.

휴보 FX-2가 기존의 FX-1과 크게 다른 것은 로봇에 양 팔이 달려있다는 점이었다. FX-1은 인간이 탑승해 로봇이 두발로 걷는 보행의 기능만 있었다면 FX-2는 여기에 로봇 팔이 추가돼 다양한 상체 움직임이 가능해졌다. 탑승자가 전용 로봇 조종기를 이용해 자신이 움직이는대로 로봇의 양 팔을 자유자재로 조종했다. 휴보 FX-2는 일어선 자세에서 마치 사람이 걷는 것과 다름 없이 양 팔과 다리를 움직여가며 다음 주자에게 실수 없이 성화를 넘겼다.

성화봉송을 마친 오준호 교수는 “사람이 탑승해 자칫 위험할 수도 있었지만 조심 조심 걸으면서 성공리에 성화봉송을 마쳤다”며 “로봇이 아직은 판타지 영역에 머물러 있었는데 이번 휴보 FX-2 버전에서는 조금이나마 실생활 영역으로 가져왔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홍서윤 기자 classic@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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