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승은 ETRI 5G사업전략실장
4차 산업혁명 시대 뒷받침 요소, 4G보다 20배 빨리 데이터 전송, 세상 모든 것과 만물통신 지향
한국 핵심기술 국제표준 초읽기, 10년뒤 대비 6G 기술 확보 주력

▲ ETRI 연구진이 5G 저지연기술 테스트베드 상에서 모바일 로봇의 원격제어 시연을 하고 있는 모습. ETRI 제공
4차산업혁명 시대로 인도하는 프로메테우스의 불이 뜨겁게 달궈지고 있다.

전 세계가 5세대 이동통신(5th Generation Mobile Telecommunication·이하 5G)을 선점하려 기술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 5G는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이동통신기술의 다음 세대 기술을 가리키는 이름이다. 5G시대에 돌입한다는 것은 마치 꽉 막힌 1차선에서 빠져나와 100차선 고속도로에 진입한 것으로 비유할 수 있다.

차선이 크게 늘어난만큼 자동차(data)가 정체되지 않고 또한 초대형 트럭이 한꺼번에 달린다해도 문제가 없다.

4차산업혁명 핵심기술이라 불리는 자율주행차, 사물인터넷(IoT) 등도 결국에는 이같은 통신 네트워크 기술 뒷받침 없이 발전하기 어렵다. 다가올 5G 시대를 준비하고 있는 홍승은 ETRI(한국전자통신연구원) 5G기가서비스연구부문 5G사업전략실장을 만나 자세한 얘기를 들어봤다.

우선 4G에서 5G로의 전환은 우리 사회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까.

홍 실장은 단순히 속도를 높이는 차원의 모바일 생태계 변화가 아닌 산업 전반의 경계를 허무는 혁신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5세대 이동통신을 의미하는 5G는 더이상 이동통신의 진화만을 나타내지는 않습니다. 5G는 이동통신 기술 진화와 더불어 그로 인해 가능해지는 다양한 서비스 기술을 총망라하고 있어요. 다른 산업들의 융·복합을 촉진하는 또 하나의 플랫폼이자 새로운 개념의 비즈니스 시장을 창출할 수 있는 성장동력인 셈이죠. 많은 기술들이 제4차산업혁명을 이끌 혁신기술로 언급되지만 아무리 뛰어나더라도 네트워크에연결돼 있지 않으면 반쪽짜리에 불과하죠. 예를 들어 인공지능을 놓고 봐도 데이터를 빠르고 완전하게 처리하는 네트워크가 없다면 이를 고도화시키는 과정은 멀고 험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5G는 인공지능이 진정한 인공지능으로 진화하게 할 뿐만 아니라 사실상 제4차 산업혁명 시대의 모든 추동기술을 뒷받침한다고 볼 수 있어요. 인간에 불을 가져다준 프로메테우스처럼 4차산업혁명을 활성화시키는 가장 중요한 기반 기술인 것이죠. 5G시대는 인간의 일상이 정말 많이 변화될 거예요. 예컨대 약을 먹으면 이 약이 몸속을 돌아다니면서 영상을 찍어 무선으로 서버에 전달해 줄 것이고 서버 안에서는 인공지능이 영상사진을 판독해 문제가 있다면 표시해주고 병원에 연락까지 해줄 수 있죠. 3D프린터와 결합한다면 어떤 옷을 선택할지 직접 입어보지 않아도 피팅룸에서 가상으로 가장 적합한 옷을 추천해주고 혹은 다른 색깔의 넥타이가 필요하다면 주문하지 않고 3D프린팅으로 바로 만들 수도 있겠죠. 거리에서도 네트워크가 연결돼 지능적으로 교통체계를 바꿀 수 있으니 굳이 신호등을 기다리지 않아도 물 흐르듯이 지나갈 수 있을 거예요.”

5G를 실현하는 기술은 크게 ‘더 빠르게’, ‘더 실감나게’, ‘더 많이’ 이렇게 세가지다.

세가지 기술이 어떤 식으로 융합되느냐에 따라 우리에 제공되는 서비스의 종류도 달라질 수 있다고 한다.

“먼저 더 빠르게는 초고속 서비스를 말해요. 이것은 기존 이동통신이 계속해서 추구해온 것이기도 하죠. 증강현실(AR)이나 가상현실(VR), 홀로그램 등의 서비스를 가능하게 하려면 대용량을 지금보다 훨씬 빠르게 전송할 수 있어야 합니다. 4G는 사용자가 정지해있을 때 최고 통신속도가 1초에 1Gbps라면 5G는 이보다 20배 빠른 20Gbps의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더 실감나는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항상 안정적인 통신(고신뢰성 기술)이어야 하고 인간의 감각이 눈치채지 못할 수준의 반응속도(초저지연 기술)가 필요합니다. 이동통신 네트워크를 통해 자율주행을 제어한다고 했을 때 만약에 중요한 순간 네트워크가 끊어지거나 혹은 인간보다 더 느린 속도로 브레이크를 밟거나 방향을 바꾸면 안 되는 것처럼 말이죠. 사람의 목숨을 다루는 원격진료에서도 실시간성이 대단히 중요한만큼 지연이 매우 짧고 안정적인 통신이 이뤄져야 하죠. 마지막으로 5G는 기존 IoT를 넘어 IoE(Internet of Everything), 세상의 모든 것과 소통하는 즉 만물통신을 지향하는 것이 큰 특징입니다. 1세대부터 4세대까지 이동통신기술 개발은 주로 단말의 통신 속도를 높이는데 집중했다면 5G 시대에는 휴대전화 통신뿐 아니라 안경단말, 차량, 로봇 등 다양한 사물들 간의 신속하고 안전한 서비스를 보장하는 새로운 특성이 요구되는 것이죠.”

그렇다면 5G 시대는 언제쯤 우리에게 다가올까. 한발 앞서 4G를 선도한 한국이 5G의 주도권도 쥘 수 있을까.

“이제 문제는 앞으로 다가올 5G시대를 누가 주도할 것인가죠. 유럽연합은 2020년을 목표로 5G기술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 중입니다. 2014~2020년 동안 800억유로를 투자하는 ‘호라이즌(Horizon) 2020’이라는 대규모 연구개발 프로젝트를 추진하며 다양한 분야의 5G관련 기초연구 중이죠. 13억 인구의 중국은 자체 내수 시장만으로 전세계 단말시장 지표의 일정부분을 차지할 정도로 규모와 잠재력이 매우 큽니다. 중국은 공업정보화부의 지도 아래 5G 기술 개발을 국가 주요 과제로 지정하고 통신회사, 장비회사, 대학, 연구기관 52개를 묵어 연구개발을 촉진하고 있습니다. 과거 독자적인 통신 방식을 고수하던 때와 달리 ITU나 3GPP 등에 막대한 인력을 파견해 5G 국제표준을 선점하려 노력 중이죠. 일본도 한국과 중국 정부에 자극을 받아 국가 차원의 연구개발을 적극 시도하고 있어요. 일본은 내년도 우리나라 정부의 평창동계올림픽 5G 시연에 대응해 2020년 도쿄올림픽 및 패럴림픽 개최에 맞춘 5G 이동통신 서비스 시연을 계획하고 있죠. 미국도 글로벌 IT 기업들을 중심으로 5G 기술개발을 주도해나가고 있어요. 우리나라도 5G 시장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수행하려 산·학·연이 노력하고 있습니다. 세계 최초를 선점하려 상용화 시기도 당초 2020년에서 2019년으로 앞당겼습니다. 내년 2월 개최되는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세계 최초로 5G 시범서비스를 선보이고 2019년 3월 가장 먼저 상용화한다는 계획입니다. 지금 대부분 핵심기술은 개발했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사실상 국제표준을 만드는 민간표준화 단체인 3GPP가 내년 6월경 1차 5G 국제표준 규격을 완성하는 데 이때 우리가 개발한 기술들을 얼마나 표준화회의에 반영시킬 것인가가 관건이죠. 국제표준이 되면 당연히 그 기술들은 모든 회사들이 제품을 만들때 채택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5G 초석을 다진 연구진은 이제 다음 세대인 6G를 준비한다고 한다.

“ETRI는 4세대 통신망 구축이 한창이던 2013년 다음 세대 통신망인 5G 준비의 필요성을 제시하고 핵심·원천 기술 확보를 위한 선도적인 연구개발을 시작했습니다. ETRI가 5G 관련 연구개발로 확보한 대표적인 성과 중 하나는 이동무선백홀(MHN) 기술입니다. 밀리미터파의 광대역 주파수 스펙트럼을 활용해 고속 이동 환경에서 Gbps급 데이터 서비스 제공을 가능하게 하는 기술이죠. 이는 5G 이동통신이 고속환경에서도 최적의 서비스 품질을 유지하도록 요구되면서 지하철, 고속철 등 그룹 이동체 내에서의 서비스 품질 유지를 확보하려고 만든 핵심 기술입니다. 이미 지난해 서울 지하철 8호선에서 1Gbps MHN 기술을 시연했으며 내년도 사업화가 되면 달리는 지하철에서 초고속 와이파이(WIFI) 속도를 끊김없이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연구원은 이제 5G를 넘어 미래를 준비합니다. 향후 10년 뒤의 미래 성장 추진 동력원으로서 6G 핵심 원천기술을 확보하고 6G 인프라 조성을 목표로 미래 기술 연구를 시작해야 할 차례입니다.”

홍서윤 기자 classic@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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