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투데이-초록우산 어린이재단 공동캠페인 '러브 투게더']
12. 세천동 5남매 이야기- 1편
미숙씨 5남매 中 셋 지적장애
이른 결혼 후 불안한 삶 지속
아이들 보며 미안함에 한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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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숙 씨의 다섯 아이들이 모여 앉아 과자를 먹고 있다. 아이들이 마음껏 과자를 먹는 날은 일년에 며칠 되지 않는다. 사진=홍서윤 기자
키워야 할 아이는 많았고 부모는 어리고 서툴렀다. 대전 동구 세천동에 사는 김미숙(34·여) 씨 부부는 5명의 아이를 키우고 있다. 그의 나이 22살에 남편을 만나 2년 터울로 자녀 5명을 연이어 출산했다. 반복된 임신과 출산 속에 제대로된 산후조리는 생각지도 못했다.

남편을 따라 고향 창원에서 대전으로 이사까지 온 터라 주위에 의지할 사람도 여의치 않았다. 온전한 내 편이 돼 줄거라 믿었던 남편도, 또한 그의 시댁도 한때 미숙 씨에게는 어쩌면 남보다 못한 사이었다. 산후우울증과 양육 스트레스에 시댁과의 갈등도 겹치면서 그는 참다 못해 집을 나간 적도 여러번이었다.

미숙 씨는 “애들을 생각해서라도 참고 싶었지만 당시에는 속이 너무 답답하고 터질 것 같아 바람이라도 쐬자는 마음에 나갔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엄마를 애타게 기다렸을 애들한테 너무 미안하다”고 말했다.

미숙 씨의 아이들은 남들과 조금 다르다. 다섯명의 자녀 중 첫째부터 셋째 아이까지는 어렸을 때 장애전담 어린이집을 다녔었다. 말이 어눌하고 학습이 느린 세 아이들은 모두 지적장애 3급이다. 지적장애 3급은 지능지수(IQ)가 70에서 50사이로 사회생활이나 환경적응에 능숙지 못하다. 현재 초등학교에 입학한 세 아이는 엘리베이터 숫자를 누르는 것도, 불을 켜고 끄는 것도 아직 미숙하다.

부모는 왜 아이들에 이러한 장애가 생겼는지 정확히 알지 못한다. 미숙 씨는 단지 자신이 산후우울증에 걸렸었고 가출하면서 잠시 위탁가정에 아이들을 맡겼던 적이 있어 그로 인한 것이라고 추측할 뿐이다. 아이들에게 불안감과 외로움을 안겨줬던 부모의 과거가 아이의 현재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부모는 하루하루 커 가는 아이들을 보면서 남몰래 한숨짓고는 한다. 아이 한 명도 제대로 돌봐주기 어려운 형편인지라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부모에 마냥 기쁨을 주지는 못한다. 배달 일을 하는 아버지만으로는 다섯 아이들에게 새 옷을 사주는 것도, 배 터지게 음식을 먹게 해주는 것도 모두 꿈같은 얘기다.

미숙 씨는 “넷째애는 혼자 여자아이다보니 물려 입을 옷도 없고 그렇다고 새 옷을 많이 사줄 형편도 안된다”며 “어느 부모인들 자식들에 예쁜 옷, 좋은 것들 안 먹이고 안 입히고 싶겠나. 많이 부족한 부모때문에 아이들만 고생하는 것 같아 늘 미안하다”고 말했다. <15일자 1면에 2편 계속>

홍서윤 기자 classic@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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