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우리나라 사상 최악의 기름유출 사고로 오염됐던 태안 앞바다 생태계가 10년만에 원상회복됐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충남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사고 직후 태안지역 전체 해안의 69.2%에 달했던 '심각' 수준의 잔존유징이 2014년 기준 0%로 바뀌었다. 환경 복원에만 수십년이 소요될 것이라던 당초 예상을 딛고 이런 성과를 거둔 것은 실로 놀랍다.

2007년 12월 7일 만리포해수욕장 앞에서 홍콩 국적 대형유조선 허베이 스피리트호와 삼성중공업 해상 크레인이 충돌한 사고로 기름 1만2547㎘가 해안국립공원인 태안 앞바다를 덮칠 때만해도 그 충격은 상상을 초월한 암흑 바로 그것이었다. 조상대대로 생계 터전 삼아왔던 생명의 바다가 죽음의 검은 바다로 돌변했으니 그럴만하다. 생태계 파괴, 어획량 감소, 지역 경기 침체 등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후유증으로 서해안이 온통 몸살을 앓았다.

패닉 상태에 빠진 이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해준 것은 전국 곳곳에서 달려온 123만명에 달하는 자원봉사자들의 숭고한 정신이었다. 양동이와 삽을 들고 기름 제거에 나선 이들의 인간 띠는 기적을 만들어내는 동력으로 작용했다. 살을 에는 듯한 맹추위도 잊은 채 흡착포로 해변 모래, 조약돌, 바위를 닦아냈다. 그 덕분에 당초 예상을 뛰어 넘어 빠른 속도로 환경이 회복되기 시작했다.

지난해 1월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은 태안해안국립공원을 IUCN '경관보호지역'에서 '국립공원'으로 상향 인증했다. 생태 가치가 우수하고 관리 보전 상태도 뛰어나다는 점을 국제적으로 공인한 것이다. 해양생태계의 건강성을 보여주는 각종 지표가 빠르게 개선되고 있어 다행이다. 이번 연구결과 사고 직후 '심각' 단계이었던 잔존유징이 현재 0%로 사라졌다. 종 다양성의 경우 사고 직후 5종이었던 대형저서동물이 현재 57종으로 늘어났다.

태안기름 유출 사고 10년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무척 크고 넓다. 바다 생태계 회복과 더불어 연관산업이 제자리를 잡아가고 있다지만 주민들에 남겨진 트라우마는 여전하다. 이를 어루만져주고 치유하는 일이 시급하다. 기름 유출 사고 이후 태안주민의 전립선암과 백혈병 발병률이 급증했다는 조사 결과는 간과해선 안 될 일이다. 정확한 역학조사가 즉각 이뤄져야 한다. 아직껏 마무리되지 않은 보상 문제 또한 마찬가지다. 사고 재발 방지를 위한 정책적·제도적 보완책도 긴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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