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형식 충북본사 취재2부장
[데스크칼럼]

재적인원 9만 5000여 명에 출석교인 4만 5000여 명의 초대형교회인 명성교회에서 세습논란이 벌어졌다. 지난 10월 교회를 세운 김삼환 목사가 아들인 김하나 목사에게 담임목사를 넘긴 것이다. 논란의 진폭은 교계를 벗어나 사회 전반으로 확산됐다. 3대에 걸친 세습이 이뤄진 북한과 비교하며 비난의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막대한 재산을 보유한 교회를 사유화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지역에서는 이승훈 전 청주시장의 부인인 천혜숙 서원대 석좌교수가 내년 지방선거에서 청주시장 후보로 출마한다는 소문이 확산되고 있다. 설마했는데 돌아가는 분위기가 진짜인 듯 싶다. 천 교수는 각계 인사를 만나며 보폭을 넓혀가고 있고, 언론 인터뷰에 적극적으로 대처하며 최근 SNS 활동도 재개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참정권을 가진 이가 출마하는데 누구도 뭐라 할 권리는 없다. 출마는 본인의 자유다. 다만 그 행동이 합당한가에 대해서는 논의해 볼 여지가 있다.

천 교수가 가진 능력의 출중함은 널리 알려졌다. 천 교수는 ㈔미래도시연구원 금융경제연구센터 소장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미국 메릴린치 투자자문회사 부사장, 우리은행 사외이사, 청주대 경제학과 교수를 지냈다.

이 전 시장도 대법원 선고 다음 날인 지난 달 10일 청주시청 기자실을 찾은 자리에서 “‘천 교수'가 아닌 '이승훈 부인'으로 알려진 게 부담”이라면서도 “개인적으로 보면 능력이 탁월하고 충분히 (청주시장을) 할 자격이 있다”고 치켜세우기도 했다.

하지만, 능력이 뛰어나다고 시장을 할 수는 없다. 능력만으로 자치단체장을 뽑을거면 선거가 아닌 시험을 봐야 한다.

문제는 명분이다. 천 교수가 지금까지 지역에서 활동한 것은 천 교수 개인이 아닌 이 전 시장의 부인으로서다. 많은 행사에 이 전 시장을 대신해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주민들과 접촉하며 얼굴을 알렸다. 현직 시장의 부인이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

천 교수는 부인하겠지만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한다면 이 전 시장이 지금까지 쌓아온 정치적 기반이 중요한 자산이 될 것이다. 사실상 정치적 세습이다. 지역민들이 천 교수의 출마에 부정적인 여론을 보이는 이유다. 어떤 명분을 대더라도 천 교수의 출마는 이 전 시장과 뗄 수 없다.

이 전 시장은 대법원의 판결이 억울할 수도 있다. 3년 5개월여간 별 다른 사심 없이 시정을 이끌어 온 모습을 보였기 때문에 그의 심정이 이해가 가기도 한다. 그렇다고 이 전 시장이 정치적 음해에 의한 희생양이냐 하면 그건 아니다. 분명 선거과정에서 잘못이 있었고 법원이 이를 인정했다. 지금 이 전 시장은 자숙해야 할 때다. 그래야 초대 통합 청주시장으로서 쌓아온 명예라도 지킬 수 있다.

천 교수가 이 전 시장보다 뛰어난 능력을 갖고 있고 이 능력으로 시민들을 위해 봉사하고 싶다면 차차기 지방선거에 나서길 권하고 싶다. 이 전 시장의 후광효과가 아닌 ‘천혜숙’이라는 상품가치를 통해 시민의 평가를 받아야 세습논란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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