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국내 유일 연구용원자로 재가동 현장
3년 5개월만에 푸르게 빛나
원자력硏 제어실 시종 분주
“안전성 강화…신뢰 더 높일것”

5일 오후 2시30분경 한국원자력연구원 안, 하나로(HANARO) 원자로 수조가 푸르게 빛나고 있었다. 원자로는 마치 수영장과 같은 개방형 수조 안에 들어가있는데 새까맣던 수조가 다시 예전의 색을 내기까지는 3년 5개월이 걸렸다.

이날 하나로가 재가동되면서 고에너지 입자가 물 속에서 빛의 속도를 넘겨 빨리 운동할 때 생성되는 체렌코프 빛이 오랜만에 모습을 드러냈다. 

수년간 0에서 멈춰있던 출력기록기 숫자도 오전 8시부터 원자로 전원이 켜지고 목표출력을 높여가면서 차츰차츰 윗단위로 올라갔다. 마치 존재감을 드러내듯 각종 펌프들이 시끄럽게 돌아가면서 연구자들의 목소리도 평소 때보다 한톤씩 높아졌다.

▲ 5일 국내 유일 연구용 원자로인 '하나로(HANARO)'가 재가동을 시작한 모습. 한국원자력연구원은 중성자 이용 연구개발과 첨단 소재개발, 의료용·산업용 동위원소 생산을 재개한다. 하나로 원자로와 하단에 각종 연구장치들이 붙여져 있다. 한국원자력연구원 제공
한국원자력연구원은 규제기관 심의를 완료한 끝에 이날 중단돼왔던 하나로 원자로를 본격 재가동했다. 하나로는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정부합동점검단 후속조치 일환으로 2014년 7월 더 큰 규모의 지진에도 견디도록 설계 보강에 들어갔다. 내진보강 공사를 완료한 현재는 최대 진도 7의 지진이 와도 이상이 없게끔 안전성이 강화된 상태다.

하나로는 국내 유일 다목적 연구용 원자로임을 증명하듯 원자로 아랫부분에 각종 연구장치가 빼곡하게 들어서 있었다. 원자로에만 7개의 실험장치가 붙여져 냉중성자 연구부터 방사성 동위원소 생산, 중성자빔을 이용한 기초연구까지 8000여명의 연구자가 이용해왔다. 그만큼 사회 각 분야에서 유용하게 쓰여왔던터라 원자로제어실 안팎은 재가동 첫날이 무색할만큼 분주하게 돌아갔다.

이충성 하나로운영부장은 “가동 중단에 따라 방사성동위원소를 수입에 의존하면서 환자들에 부담이 컸었다. 의료용 동위원소 공급과 중성자빔을 이용한 연구를 바로 재개할 것이다. 이용자들과의 신뢰를 회복하고 자력으로 설계·건조한 하나로의 위상을 높이는 데도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하나로는 내진보강 설계가 덧대졌다는 것 외에 과거와 크게 달라진 것은 눈에 띄지 않았다. 원자로 노심을 덮은 영롱한 푸른 빛이나 수조에 담긴 냉각수의 잔잔함도 그대로였다. 하나로가 멈춰있을 때나 가동될 때나 연구원들은 24시간 4명씩 교대로 하나로를 지켜왔어서 그들의 일상도 크게 변화될 것은 없었다. 다만 원자로 안전을 둘러싼 연구자들 마음가짐은 한층 더 단단해진 모습이다.

최호영 하나로 운전실장은 “사실 예전과 다른 것은 없는데 감회가 새롭다”며 “다시는 이번처럼 하나로가 장기간 멈추는 일이 없도록 시설을 운영하는 사람으로서 안전성에 더 만전을 기해야한다고 생각한다. 더욱 더 원자로를 철저하게 관리해 시민들 믿음에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홍서윤 기자 classic@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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