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오 청주시 서원구청장
[화요글밭]

최근, 각종 언론 기사 일면의 머리말을 유행처럼 장식하는 것이 ‘적폐 청산’이다. 그 기사의 중심을 보면 대부분이 공무원의 위법과 일탈행위에 관한 것이다. 지난 정부의 고위관료에서부터 국회의원, 판·검사, 말단 지방공무원에 이르기까지 마치 공직 전체가 비리의 온상이고 판도라의 상자인 것처럼 나라 안이 떠들썩하다. 또 유불리(有不利)에 따라 그것이 ‘정치보복이다’, ‘아니다’ 논쟁도 뜨겁다. 그러나 진위여부를 떠나 몹시 부끄러운 일이다. 반면에 대다수 선량한 공직자의 입장에서 보면 억울한 마음도 적지 않을 것이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 그것은 초심을 잃었기 때문이다. 헌법 제7조 1항에는 ‘공무원은 국민전체에 대한 봉사자이며 국민에 대하여 책임을 진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공무원법에 의해 공직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반드시 지켜야 할 의무가 주어진다. 성실, 복종, 친절공정, 비밀엄수, 청렴, 품위유지의 의무 등이다. 위로는 대통령으로부터 아래로는 9급 공무원에 이르기까지 예외가 적용되지 않는다. 공무원의 책임과 의무는 그만큼 무겁고 엄중하다. 일탈의 주범으로 지칭되고 있는 사람들이 공직자로서의 본분을 가볍게 여기지 않았다면 애초부터 생기지 않았을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취업준비생 4분의 1이 공무원시험 응시자라는 통계가 있다. 청년들의 취업이 얼마나 어려우면 이토록 공직에 목을 맬까라는 안타까움 이면에 우려스러운 점도 있다. 그것은 청년들이 공무원이라는 직업을 선택하는 이유다. 그 이유는 비교적 해고의 위험이 적고 고용이 안정된 직업이라는 점이다. 이른바 '철밥통'이라는 이유에만 매몰돼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필자는 두렵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현실의 공직은 매우 무겁고 엄중하다. 삼가 경계하고 인내해야 할 일 또한 많다. 실제로 적지 않은 공무원이 적성에 맞지 않아 입문한지 얼마 되지 않아 떠나는 경우도 많다.

선량한 이 땅의 공무원들은 명예와 보람을 먹고산다. 그러나 다양한 유혹과 외부압력에 노출돼 있다. 공무원들의 올바른 양심이나 행동거지(行動擧止)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공무원들이 바람에 흔들리지 않고 굳게 설 수 있도록 지탱해 주는 국민들의 신뢰이고 지지다. 그것은 국민이 주인이기 때문이다.

바야흐로 선거철이 다가오고 있다. 벌써부터 걱정이다. 공무원들은 선거에 있어 엄정한 중립을 지킬 의무가 있다. 그러나 모든 것을 내편과 네편으로 가르는 일부 몰지각한 정치인들은 '중립(中立)'이라는 단어를 복지부동(伏地不動)과 안일무사(安逸無事)와 같은 말로 취급하기도 한다. 내 뜻과 같으면 '중립'이고 다르면 '복지부동'인 셈이다. 따라서 각종 행사를 치르거나 정책을 집행할 때 그 어느 때보다도 신중해야 할 시기인 것이다.

과전이하(瓜田李下)라는 말이 있다. 오이 밭에서 신을 고쳐 신지 말고 오얏(자두)나무 밑에서 갓을 고쳐 쓰지 말라는 것이다. 즉, 남의 의심(疑心)을 받기 쉬운 일은 하지 말라는 말이다. 필자는 30여년이 넘는 공직생활을 하는 동안 늘 이 말을 머리에 이고 살았다. 요즈음 그 말의 의미가 더욱 무겁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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