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세례' 받은 신진식 감독 "이렇게도 이기네요"

(인천=연합뉴스) 신창용 기자 = 신진식(42) 삼성화재 감독은 정장 상의가 흠뻑 젖은 채로 기자회견장에 들어섰다.

그는 "이렇게도 이길 수 있구나 싶다"며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삼성화재가 2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남자 프로배구 3라운드 첫 경기에서 대한항공을 풀세트 접전 끝에 3-2로 누르고 11연승의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삼성화재는 앞서 KB손해보험전, 우리카드전에서도 연승 행진에 고비를 맞았지만 이날 경기만큼은 아니었다.

삼성화재는 4세트를 빼앗기며 마지막 5세트 승부를 허락한 데 이어 5세트에서는 9-14로 몰리며 패색이 짙었다.

하지만 이때부터 삼성화재의 저력이 발휘됐다. 삼성화재는 '주포' 타이스 덜 호스트의 연속 포인트와 박상하의 블로킹으로 14-14 듀스를 만들었다.

끝까지 집중력을 놓지 않은 삼성화재는 20-20에서 상대의 공격을 연이어 블로킹해내며 드라마와 같은 승리를 일궈냈다.

믿기지 않는 승리에 주장 박철우 등 삼성화재 선수들은 방송 인터뷰 중인 신 감독의 머리에 물세례를 퍼부었다.

신 감독은 경기 후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5세트 9-14 상황에서는 졌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상황에서도 우리 선수들이 끝까지 집중력을 놓지 않았다"고 역전승을 일궈낸 선수들을 칭찬했다.

그는 "반면 대한항공은 이겼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공격도 각을 덜 내고 때린 것 같다. 이렇게도 이길 수 있구나 싶다"고 웃으며 말했다.

신 감독은 비록 승리하긴 했지만, 경기 내용에는 만족하지 않았다.

특히 고비처에서 범실이 나온 대목을 언급할 때는 표정이 어두웠다.

그는 "11연승 중 가장 힘들었던 경기였다. 5세트 막판, 대한항공이 실수 안 해줬으면 지는 경기였다. 이대로는 다가올 현대캐피탈전에서 승산이 없다"고 진단했다.

그는 4세트 15-16에서 나온 센터 박상하의 공격 범실을 가리키며 "범실 한두 개 하다 보면 위축된다. 그걸 자신감으로 이겨내야 하는데, 오히려 볼이 자기에게 안 왔으면 하는 마음을 먹는 것 같다. 내가 해낸다는 마음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 감독은 "선수들의 집중력이 갈수록 떨어지는 상황이다. 이제는 보이는 대로, 생각나는 대로 지적할 생각이다. 그래야 선수들도 반성하고 집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는 6일 현대캐피탈전까지는 사흘간의 여유가 있다.

신 감독은 "선수들에게 외박 줄지 말지 고민 중"이라며 "숙소까지 가면서 생각해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changy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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