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을식 한국국토정보공사 대전충남지역본부장
[투데이포럼]

반가운 첫눈이 내렸다. 첫눈을 보고 부엌으로 달려가 '엄마'에게 첫눈의 소식을 알렸던 추억은 누구나 있을 것이다. 첫눈이 쌓이면 마을 어귀에 눈사람을 만들어 놓고 친구들끼리 누가 더 큰 눈사람을 만들었는지 품평회를 하곤 했다. 눈사람을 크게 만드는 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작고 둥글게 빚은 눈뭉치를 둥근 형태를 유지하며 계속 굴려나가는 것이다. 돌에 부딪쳐 떨어져 나간 부분은 손으로 메꾸고, 한쪽으로 형태가 치우치면 다시 반대쪽 면을 더 둥글게 빚어주어야 한다. 그래야 더 큰 눈사람이 된다.

이와 같은 '눈사람' 만드는 과정은 조직을 운영하는데 좋은 교훈이 될 수 있다. 조직이 점점 커질수록 조직에 필요한 부분은 작아지고, 필요 없는 부분이 커지기도 한다. 여러 뉴스기사에 따르면, 2010년 1월, 세계 3위 일본항공(JAL)이 법정관리를 신청을 했는데 1500개의 부서 중 실제로 운영된 부서는 40%였다고 한다. 나머지 60% 부서는 조직생산성에 아무런 도움이 안 되는 부분이었으니 무사안일에 빠진 공룡기업의 모습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많은 기업들은 급변하는 경영환경 속에서 빠른 의사결정을 위하여 관료제적 구조를 만들게 되는데, 시간이 흐르면서 현장상황을 반영하지 못한 신속한 판단이 경영성과에 효과적이지 못하다는 것이 드러나고, 다시 이를 보완하기 위하여 다른 계선조직을 만들면서 조직은 점점 비대해진다. 바로 법정관리 전의 일본항공(JAL)의 모습이다.

그렇다면 60%의 인력을 필요한 부분에 재배치하고, 더욱 내실 있는 조직으로 다져 나가기 위한 일본항공(JAL)의 첫걸음을 무엇이었을까? 이들은 '현장'에서 답을 찾았다. 비행기 정비 출신인 오니시 사장을 발탁하고 '전원참가경영'을 내세우면서 현장중심경영을 도입했다. 현장중심경영으로 모든 조직구성원에게 업무의 자율성을 부여하고, 조직의사결정의 기회를 갖게 하였다.

필자는 현장에서 제시한 의견이 조직의사 결정과정에서 실제로 집행되면 현장이 살아나기 시작하고, 현장에 힘을 실어주면 자연스럽게 대국민서비스의 질도 상승될 것이라 본다. 내부고객의 만족도 상승은 대 고객접점 구간에서 가장 큰 효과를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현장중시경영은 '국민 모두 행복한 대한민국 실현'이라는 한국국토정보공사의 비전과 일맥상통한다.

올해 초, 필자가 한국국토정보공사 대전충남지역본부장에 부임하자 가장먼저 한 일은 현장방문이었다. 이와 같은 소통(communication)을 통하여 구성원들이 생각하는 기존 정책 등의 애로사항, 개인적 고충 등을 상세히 알게 되었고, 본부경영에 적극적으로 반영하였다. 여기에 대한 가시적인 성과 등을 평가하기 이르나, 조직전체가 국민에게 최선의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하는 태도를 갖게 된 것은 가장 큰 소득일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이기 때문이다.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