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투고]

집안일과 육아를 부부가 분담하는 건 현대사회에서 당연한 일이다. 아내나 남편 중 한 사람이 '바깥 일'을 한다고 해서 '안 일'을 하는 사람에게 모든 것을 부담시킬 순 없다. 가족 된 도리로, 같은 집에 사는 도리로 전체 집안일 중 화장실 청소 및 분리수거 등 어느 정도의 일은 맡아야 하며, 부모 된 도리로 자녀를 돌보는 데 손을 뗄 순 없다. 만약 농경사회와 현대사회를 비교한다면, 현대사회에 경제활동을 하는 쪽이 '바깥과 안'일을 동시에 신경 써야 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을 것이다. 물론 '안 일'에만 집중하는 것이 더 편하다는 얘기는 아니다. 양쪽의 일이 나뉘어 있고, 각자 한쪽의 일에만 집중하던 것에서, 이제는 바깥 일을 담당하는 쪽이 안쪽 일에도 많은 관여를 한다는 것이 사회적 변화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

오늘날처럼 사업환경이 빠르게 변하고, 새롭게 배워야 할 것과 이전에 하던 방식을 변화시켜야 하는 필요성이 증대되는 상황에서는, 바깥 일을 하는 사람이 '바깥과 안' 두 가지 다른 환경에서의 책임을 모두 완수하기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바깥 일을 하는 사람이, 경제적인 측면을 중시하여 바깥 일에 무게를 더 둘 경우, 미세하게 균형을 맞춰가던 바깥과 안의 균형이 무너지고, 가정의 평화를 지키기 힘들 수 있다. 그렇다면 한정된 시간을 활용하면서 '바깥 일'과 '안 일' 어떤 것도 포기하지 않을 방법은 없을까?

완벽한 해답은 아니겠지만, 기업이 가치를 만들어 내는 일에 시간을 더 투자하고, 단순 반복적 업무는 돈을 들여 아웃소싱 하는 것처럼, 집안일도 그렇게 해보면 어떨까 생각한다. 집 안 청소나 세탁 등의 반복적 업무는 돈을 써서 전문업체에 맡기고, 내 아이를 교육하고, 온 가족이 함께 추억을 만드는 일에는 한정된 시간을 쏟는 것이다. 물론 그 비용이 내 가치에 시간을 투자하는 것을 뛰어넘을 만큼 크다면, 다시 고민해봐야 할 문제이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제한된 시간을 나와 우리 가족에게 좀 더 가치 있는 곳에 쓰고, 가치의 우선순위에서 하위에 있는 일들은 아웃소싱해 보는 게 어떨까? 물리적으로 내 시간을 늘릴 방법은 없지만, 금전적으로 내 시간을 아낄 방법은 있다.

최호장<카이스트 기술경영전문대학원 석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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