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선규 대전시 버스정책과(교통공학박사)
[시선]

22면.jpg
“여기는 세종시 금남면인디유! 세종에서 대전가는 BRT도로 길목인디 BRT좀 들렸다 가주셔유~, 한번 정차했다가 가는게 그리 어려워유?”

어느 날 대전시 버스정책과로 걸려온 민원전화 내용으로 행복도시가 건설되면서 대전과 세종을 잇는 광역 BRT가 운행을 시작한 후 종종 제기되는 민원사항이다. 급행버스 기능의 상실을 이유로 정차하기 어렵다는 안내를 했지만, 이 민원인은 세종시에도 민원을 제기했는지 얼마 후 세종시로부터 금남면 경유를 요청하는 공문을 받았다. 결국은 합동 점검 끝에 향후 중앙BRT정류소가 설치되면 정차하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지만, 이와 같이 각 지자체별 의견이 다를 때 정책결정에 상당한 갈등과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더 큰 문제는 광역대중교통 운행에 따른 적자분에 대한 손실분담, 각 지자체별 상이한 요금체계, 광역교통시설 구축 시 예산 분담 등 해당 지자체간 다양한 갈등요소가 여전히 존재한다는 것에 있다. 작금의 교통행정은 각각의 행정구역(지자체) 중심의 개별적인 방식이며 이러한 방식으로는 시민들에게 효과적인 교통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다는 인식하에 통합대중교통체계의 필요성이 최근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교통전문가들은 대중교통체계를 거론할 때 주로 ‘통합적인 대중교통체계구축’을 주장하곤 한다.

그럼 통합대중교통체계란 무엇일까? 필자는 아마도 ‘이용자가 편리한 대중교통’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한다. 즉 빠른 이동, 촘촘한 배차간격, 쾌적한 환승체계, 통합요금제 등 이용자 중심의 편리한 대중교통체계구축이 궁극적인 목적이며, 광역교통 차원에서의 통합대중교통체계를 구축하려면 지자체별 갈등요인을 중재하고 행정구역을 벗어난 교통생활권 차원에서 대응하며 독자적인 예산수립 및 집행을 할 수 있는 광역교통행정기구가 필요한 것이다.

2030년이면 대전, 세종, 청주, 천안, 공주 등 충청권은 인구 약 400만명의 중부 거대 도시권을 형성할 것으로 예측된다.

그렇다면 행정구역을 벗어난 통합 교통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충청권 광역교통행정기구는 어떻게 구상되어야 할까? 그 해답은 수도권교통본부와 외국의 광역교통행정기구의 사례에서 어느 정도 찾아볼 수 있다.

수도권교통본부는 서울, 경기, 인천의 광역교통 문제를 공동으로 대처하기 위해 지난 2005년에 설립됐다. 그러나 조합 형태로 이루어진 이 조직은 수도권 교통문제를 해결한다는 본래의 목적을 달성하지는 못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 이유는 정책수립 및 규제 등 법적권한의 부재, 지자체 재원에만 의존해야하는 독자적 재원의 한계, 지자체 파견인력으로 이루어진 조직의 업무 연속성과 전문성 결여 등이 주요 원인으로 제시되고 있다.

해외 주요 대도시의 광역교통행정기구별 구성이나 역할, 재원조달의 형태가 국가별로 다른 면도 있지만, 한 가지 공통적인 점은 대도시권 광역교통문제의 해결을 위해 독자적 재원을 갖추고 교통계획수립과 운영의 법적권한을 가진 전문인력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는 것이며, 이것은 충청권 광역교통행정기구 설립에 주요한 시사점을 주고 있다.

충청권은 이제 막 광역교통권이 형성되는 시기다. 이 중요한 시기에 수도권과 해외 대도시 사례를 참고하여 우수한 광역교통행정기구가 설립되기를 기대하며, 그 기대의 부응은 오롯이 대전을 비롯한 충청권 대중교통이용자의 편리한 대중교통 이용으로 나타날 것이다.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