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재호 한국에너지연구원 신재생에너지연구본부장
[수요광장]

지난 11월 18일 독일 본에서는 제23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3)가 2주간의 회의를 마치고 폐막했다. 우리에게는 이미 잘 알려진 '파리기후변화협약', 산업화 이전 시기 대비 지구의 평균기온 상승폭을 2도보다 상당히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자는 목표를 점검한 회의라고 할 수 있다. 특히 프랑스의 마크롱 대통령은 미국의 파리기후변화협약 탈퇴로 생긴 공백을 프랑스와 유럽이 채울 것이라는 의견과 함께 2021년까지 모든 석탄화력발전소를 폐쇄할 것을 밝히기도 하였다. 파리협약의 이행을 위해 2030년까지 배출전망치 대비 37%의 온실가스를 감축하기로 결정한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이번 회의를 통해 정부의 친환경 에너지 전환 정책, 배출권 거래제 등의 이행 방안을 발표하였다. 하지만 우리가 느끼는 지구 온난화에 의한 기후 변화는 여전하다. 최근 며칠간의 때 이른 한파 역시 지구 온난화에 의한 것이다.

지난달 말 대전 컨벤션 센터에서 개최된 2017 대한민국 기후기술대전에는 남태평양 섬나라 투발루 보건부 장관이 참석했는데, 이 투발루는 기후변화에 의한 해수면 증가로 국토가 바다에 서서히 잠기고 있다. 우리의 입장에서는 상상하기도 어려운 일이지만, 기후변화 문제는 지역과, 국가를 넘어 전 인류의 문제임에는 분명하며 해결을 위해 힘을 모아야 한다.

기후 변화를 막기 위해서는 이산화탄소로 대표되는 온실가스의 배출을 줄이는 것이 급선무다.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기술을 기후 기술이라고 표현하고 이산화탄소를 줄이기 위한 기술을 탄소 저감 기술이라고도 표현한다. 신재생에너지 기술, 에너지 절약기술, 이산화탄소 포집 및 저장 기술 등이 기후기술의 하나인 탄소 저감 기술에 포함된다.

IEA(국제에너지기구)는 2017년 발간된 에너지 기술 전망보고서에서 현재의 에너지 소비 추세가 지속된다면 2050년 지구의 평균기온은 6℃증가할 것이며, 파리 기후 협약에서 제시한 2℃ 이내의 유지를 위해서는 에너지 기술의 핵심적인 역할 강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특히 기술별 감축 기여도 측면에서 최종에너지 효율향상, 신재생에너지, 이산화탄소 포집 및 저장 기술의 기여도를 각각 40%, 35%, 14%로 추정하였다. 결국 온실가스를 줄이고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에너지 소비를 절약하고 주거분야, 수송분야, 산업분야 등에서 에너지 소비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고효율 기기를 개발하고 적용해야 한다. 그와 동시에 태양광, 풍력 등의 신재생에너지로 전기나 열을 공급하는 것이 중요하다. 현재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는 적절한 기술을 이용하여 모으고 저장하거나 다른 물질로 전환하여 사용해야한다. 이 모든 것이 기후 기술의 혁신을 통해서만 해결될 수 있다. 적극적인 연구 개발로 기후 기술의 완성도를 높이고, 그 결과물을 통해 기후 산업의 경쟁력을 만들 때 비로소 우리는 지구의 온도를 조절할 수 있고 기후 변화의 대재앙을 막을 수 있다. 그 과정에서 새로운 부가가치와 일자리가 만들어지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다.

매일 아침 필자가 연구원 건물에 들어서면 아주 큰 글귀와 마주한다.

‘지구를 살맛나게 하는 1도의 기술’

지난 6개월간 연구원 전 직원의 의견을 모아 결정한 연구원의 목표이다. 파리기후협약의 2도 보다 더 높은 세계 최고 수준의 1도 유지 기술을 개발함으로써 진정으로 살맛나는 지구를 만들어보자는 비전이며 의지이다. 소수의 힘으로는 1도의 기술도 살맛나는 지구도 만들기 어렵겠지만 힘을 모아 혁신적인 기술개발, 효율적인 에너지소비 문화를 만들어 간다면 대한민국을 중심으로 살맛나는 지구를 만드는 것도 불가능한 일만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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