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종태 대전서구청장
[화요글밭]

2007년 대선을 이틀 앞둔 12월 7일, 태안 앞바다에서 유조선 허베이스피리트호(선주 현대오일뱅크)와 삼성중공업의 해상 크레인이 충돌했다. 유조선에 있던 원유 1만 2547㎘가 쏟아졌는데 이 양은 그 전까지 최악의 사고였던 1995년 ‘시프린스호 유조선 좌초 사건(호남해운 소속)’보다 2.5배, 1997년 이후 10년 동안 발생한 3915건의 사고로 인해 바다에 유출된 기름을 합친 1만 234㎘보다 많았다.

우리는 흔히 실패를 통해 교훈을 얻고, 성장하며 발전한다고도 한다.

사상 최악의 해양오염 사고로 남아있는 ‘삼성-허베이스피리트호’ 기름 유출 사고가 발생한 지도 10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무엇을 잃고 얻었을까. 사고 당시 정부의 위기관리 능력에 대한 비판은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노무현 정부에서 이명박 정권으로 이어지는 혼란기였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그 대처는 너무나도 허술하고 미숙했다. 이후 시스템을 정비했다고는 했지만, 그로부터 7년여가 지난 2014년 4월 16일 발생한 세월호 사고를 보면 나아진 것이 없었다. 사고 수습은 고사하고 오히려 검은 원유보다 더 칠흑 같은 의혹이 넘쳐났다.

'삼성-허베이스피리트호’ 기름 유출 사고 당시 언론과 정부는 사고 원인과 책임을 규명하는데 적극적이 못했다. 사고 가해자 삼성중공업은 50일이 다 돼서야 마지못해 잘못을 인정하는 뻔뻔함을 보였다. 그러는 사이 언론은 연인원 123만의 자원봉사 미담 발굴에만 시간을 할애했다.

‘자원봉사는 태안을 살리고 자원봉사 보도는 삼성만 살렸다’라는 비판이 나왔을 정도로 위기 속 언론의 역할에 대한 아쉬움이 컸다.

물론 당시 자원봉사를 폄훼하자는 것은 아니다. 우리 국민들은 자기 일을 제쳐두고 바다로 뛰어와 유증기 때문에 제대로 눈도 뜨지 못하고 숨도 쉴 수 없었던 상황에서 맨손으로 검은 기름을 닦아냈다.

그 가치와 위대함은 길이 남겨 교훈으로 삼기 충분하다. 채 피지도 못한 단원고 학생 등 300여명의 목숨을 앗아간 세월호 사고도 발생 직후 언론은 전원구조라는 오보를 연발했고, 컨트롤 타워인 청와대 대통령은 어디서 무얼 하고 있었는지 7시간이 지나서야 모습을 비췄다.

우왕좌왕 하던 정부는‘매실밭 막걸리 변사체’로 서둘러 사고를 봉합해버렸다. 차가운 바다에 수많은 아이들과 의혹을 남긴 채.

국가는 재난과 사고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예방책을 갖고 있어야 한다. 사고 발생 때는 누가 잘못을 했는지 논리적 근거를 제시해 분명히 선을 그어주고, 호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더 이상 국민들의 감성에 호소하는 전 근대적인 방법은 통하지 않는다.

정권 유지를 위해 댐을 막아야 하고, 국가가 부도났으니 금을 팔아야하고, 대형 사고가 터졌으니 달려와야 한다는 식으로는 위기를 봉합할 수 없다. 순간의 모면일 뿐이며 언제든 재발할 수 있는 더 큰 위기를 안고 가는 것이다. 국가는 금을 모으기에 앞서 국가경제 초석을 단단히 다져놓고, 자원봉사에 호소하기에 앞서 준비된 대응력을 보여줘야 한다.

국가 위기관리의 기본은 숨김없이 국민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진실을 밝히는 것일 게다. 국민들은 알고 있다.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고, 거짓은 진실을 이길 수 없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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