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래드 스톤 신간 '업스타트'

4차 산업혁명의 민낯을 그리다…문제적 신생기업들의 분투기

브래드 스톤 신간 '업스타트'


(서울=연합뉴스) 이웅 기자 = 제4차 산업혁명이 미래의 문을 열어줄 만능열쇠처럼 거론되면서 장밋빛 전망이 쏟아지지만, 회의와 우려의 시각도 적지 않다.

공상과학(SF) 영화에서처럼 언젠가 인간의 지능을 능가하는 '슈퍼인텔리전스'나 '빅 브러더'에 의해 초래될지 모를 묵시록적인 인류의 미래를 상상해서만이 아니다. 당장 목도할 수 있는, 정보통신기술(ICT) 발전과 맞물린 경제 산업적 변화도 속없이 낙관하며 쳐다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역사가 말해주는 건 급격한 변화에는 언제나 많은 저항과 갈등, 혼란이 수반됐고 지난한 문제 해결 과정이 필요했다는 것이다.

신간 '업스타트'(21세기북스 펴냄)는 얼마 전부터 4차 산업혁명으로 재정의된 최근 산업계의 변화를 가장 잘 대변하는 두 신생기업 우버와 에어비앤비의 성장 스토리를 다룬다.

저자는 2013년 '아마존, 세상의 모든 것을 팝니다'로 이름을 알린 브래드 스톤. 뉴스위크, 뉴욕타임스 등에서 15년 넘게 실리콘밸리 전문기자로 활동한 저자는 이번에도 탄탄한 취재망와 취재력, 교차편집으로 양사의 곡절 많은 사연을 생동감 있게 펼쳐 보인다.

두 기업은 공통점이 많다. 우버는 자동차 한 대, 운전사 한 명 없는 세계 최대의 자동차 서비스 회사고, 에어비앤비는 호텔방 한 칸 없는 세계 최대의 숙박 서비스 회사다.

둘 다 모바일 시대를 연 2007년 애플의 아이폰이 출시된 직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설립됐으며, 신출내기 청년들의 대수롭지 않은 아이디어가 단초가 됐다는 것도 비슷하다. 책의 머리말은 양사 창업자들이 약속이나 한 듯 2009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취임식에 참석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에어비앤비의 창업자인 브라이언 체스키와 조 게비아는 창업 당시 20대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파산 상태나 다름없는 상황이었다. 마침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세계디자인총회 때문에 호텔이 부족해 숙박료가 급등하자, 숙소의 남는 소파를 빌려주고 돈을 벌어보자는 심산으로 숙박공유 사업을 시작했다.

개릿 캠프와 트래비스 캘러닉이 합작한 우버는 외곽 지역이나 주말 밤 택시 잡기가 하늘의 별따기인 샌프란시스코의 불만스러운 교통 사정에서 착안했다. 우버는 스마트폰으로 노는 자동차를 부르고 가상지도 위에서 위치를 파악하고 별점으로 운전자 신뢰도를 평가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최근 월가에선 이런 우버의 시가총액을 680억달러(74조원)으로 평가한 보고서가 나왔다. 이는 포드(435억달러), GM(500억달러), 테슬라(510억달러)를 능가한다.

에어비앤비는 현재 등록된 숙소 수가 100만 곳 이상으로 세계 최대 호텔체인인 메리어트인터내셔널이 운영하는 호텔방 수와 맞먹는다. 매출액은 2015년 힐튼호텔을 넘어섰으며, 현재 시가총액은 현재 310억달러(34조원)다.

우버와 에어비앤비는 혁신적이지만 실리콘밸리의 선배 기업들과 어딘지 다르다.

조금 자세히 보면, 구글, 페이스북,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기업들이 전에 없던 제품이나 기술, 서비스로 '디지털'이란 새로운 세계와 시장을 만들어냈다면, 우버와 에어비앤비는 디지털 영역이 확장돼 물리적 영역과 만나는 지점에 서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디지털 세계와 물리적 세계의 통합은 흔히 초지능과 초연결을 특징으로 한다는 4차 산업혁명의 또 다른 중요한 특징으로 꼽힌다.

이로 인해 양사는 전통적인 운수업, 숙박업 같은 기존 시장 경쟁자들의 반발, 규제 당국과의 갈등, 그리고 굳어진 상식과의 끊임없는 싸움 속에서 성장해왔다. 이들의 최대 도전과제는 신기술 개발이나 혁신적 마케팅 전략이 아니라 사회적 갈등과 규제의 극복이라고 해도 틀리지 않다.

우버는 택시 회사와 입법의원들의 강력한 저항에 부딪혔고 폭력 시위의 대상이 됐으며, 에어비앤비는 소송은 물론 도시의 주택부족 현상을 악화시키고 집값을 끌어올린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책은 이 같은 양사의 파란만장한 도전을 균형 있게 보여줌으로 4차 산업혁명의 실상을 드러내 보인다.

역자는 후기에서 "저자는 두 기업이 단시간 내에 이뤄놓은 성과에 대한 맹목적 호평을 자제하고 그들과 관련된 부정적인 문제까지 그대로 드러내 주며 글의 사실감과 신뢰성을 높였다"고 평했다.

우버는 최근 창업주인 트래비스 캘러닉이 사내 성희롱 논란 끝에 물러났고 구글의 자율주행 기술을 도용한 혐의로 소송을 당했다. 에어비앤비는 집주인의 투숙객 성폭행과 몰래카메라 사건 후 대책 마련에 애쓰고 있다.

책은 앞으로의 4차 산업혁명이 정부나 재벌기업들의 장밋빛 구호가 아니라 기성 질서를 거부한 채 사회 곳곳을 들쑤시는 문제적 신생기업들의 요란한 소동과 함께 찾아올 것임을 시사한다.

저자는 "이것은 1세기 동안 지속된 기술 사회의 출현에서 결정적이었던 순간을 다룬 책이다. 또한 예전 체제들이 무너지고 새로운 지도자들이 등장하고 낯선 사람들 사이에서 새로운 사회 계약이 체결되고, 도시 지형이 바뀌고, 업스타트들이 지구를 배회하는 중요한 시대를 다룬 책이기도 하다"고 소개한다.

이진원 옮김. 504쪽. 2만2천원.

abullapi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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