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재철 기상청장
[시선]

지난 10월, '지오스톰'이라는 기후변화에 관한 영화 한 편이 개봉했다. 이 영화에서는 기후변화로 발생한 자연재해 등 기상이변으로 인간은 위기에 처한다. 하지만 전 세계가 협력해 기후를 조절하는 시스템을 개발해 이를 극복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영화의 주요 소재인 기후변화는 지금 우리가 직면해 있는 다양한 과제 중 하나이다. 지난 8월 NOAA(미국해양대기관리처)는 지난해 지구의 기온은 137년 관측 사상 가장 높았다고 발표했다. 이로 인해 세계 각국은 슈퍼태풍, 폭염, 가뭄, 홍수 등 유례없는 이상기후로 몸살을 앓았다.

한반도 역시 예외는 아니다. 지난해 여름 20여 일간 폭염이 지속됐고 올 봄과 초여름에는 극심한 가뭄으로 전국의 강과 저수지가 메말랐다. 반면, 7월이 되자마자 많은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지난 7월 16일에는 청주에 하루 290.2㎜, 시간당 최대 91.8㎜의 폭우가 내렸고 지난 9월 11일에는 부산 일대에 하루 300㎜가 넘는 폭우가 쏟아지는 등 기상이변은 이제 우리에게 일상화가 되고 있다.

영화 속에서는 기상이변으로 인한 피해를 줄이기 위해 전 세계가 합작해 이상기후에 대응할 수 있는 공동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영화 속 공동 프로젝트는 WMO(세계기상기구)의 모습과 많이 닮아있다. WMO는 기상업무의 국제 교류의 필요성을 느껴 1873년 조직한 기구로, 전 세계가 '기상'이라는 목적으로 협력해 기후변화와 이상기후에 대응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 주고 있다.

WMO는 전 지구 기상·기후 관측망 형성, 기상관측자료의 품질 관리를 위한 표준화, 예보 정확도 향상을 위한 기상연구뿐만 아니라 농업, 항공, 항해, 치수 등 기상을 인간 활동에 응용하기 위해 연구 사업을 진행하는 등 범세계적 협력관계를 도모하기 위해 지금까지 노력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1956년 68번째 회원국으로 WMO에 가입했다. 가입 당시엔 선진국으로부터 기술을 지원받는 개발도상국이었으나 현재 베트남, 몽골 등 주변 국가에 기상기술을 지원하는 원조국으로 성장하면서 수치예보지원, 기상기술 전수, 기상자문관 파견, 기상장비 수출 등 기상 기술보유국으로서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 또한, 2007년 WMO 집행이사국으로 선출됐으며, 2010년에는 WMO 농업기상위원회, 2015년에는 IPCC(세계기상기구) 의장으로 한국인이 선임되기도 했다.

기상청은 현재 WMO에서 주관하는 프로그램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영향예보의 아시아 지역 도입을 위한 연구와 세계인의 축제인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2015년부터 국제공동연구프로젝트(ICE-POP 2018)를 수행하고 있다. 이는 개최 지역 주변 기상 현상을 상세히 관측하고 수치예보모델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연구하는 프로젝트로, 현재 12개 국 27개 기관이 참여하고 있다.

세계 곳곳에 발생하는 기상이변에 신속히 대응하기 위해 WMO의 역할이 증대될 것은 자명하다. 기상청은 WMO와 함께 기후변화에 신속히 대응하기 위해 영향예보 시스템, AI(인공지능) 개발 등 예보시스템의 첨단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위기는 또 하나의 기회라는 말이 있듯이, 기상청은 지금까지 겪지 못했던 기후변화를 위기가 아닌 전 세계의 협력을 통해 정복할 수 있는 기회로 삼아 선도하는 국가로 도약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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