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전맹학교 수능시험장 가다】
대전시 특별관리 대상자 시험장, 들어가는 딸 보며 눈물 쏟기도
34명응시자 중 29명 시험 치러, “수능 못볼줄… 아프지만 감사”

▲ 23일 대전지역 유일한 수능 특별관리 대상자 시험장인 대전맹학교 정문에서 감독교사들이 학생들을 기다리고 있다. 신인철 기자 pfe@cctoday.co.kr
“아이가 지망하는 학과에 특별 전형이 없어 다음생이 있다면 평범하게 태어나고 싶다 했을 때 가슴이 찢어졌죠”

23일 대전지역 유일한 수능 특별관리 대상자 시험장인 대전맹학교 정문에서 휠체어를 타고 시험장으로 가는 아들을 끝까지 응시한 어머니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한 번도 학교 가기 싫다고 투정한 적이 없는 아들이 사회 구성원으로 당당하게 서는 모습을 기대한다”며 목청껏 파이팅을 외친 어머니의 목소리는 그 어떤 응원보다 큰 울림으로 다가왔다.

여느 수능시험장처럼 응원단도, 큰 함성 소리도 없었지만 애틋한 모정은 야트막한 언덕 위 학교를 온기로 채웠다. 특수교육실무원의 도움을 받아 시험장으로 들어가는 딸을 바라본 한 어머니는 오랜 시간 눈물을 쏟았다.

“딸이 수능 볼 실력도 아닌데 남들처럼 꼭 수능을 경험하게 하고 싶었다”며 “과거에는 딸이 수능도 못 보러 올 줄 알았는데 오늘 시험장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보니 가슴이 아프면서도 감사하다”고 말했다.

“12년을 함께 등·하교를 하며 참 긴 시간을 잘 지내왔기에 오늘은 더욱 행복한 날”이라는 또 다른 어머니는 “일반 학생들은 더 좋은 대학을 목표로 하지만 우리 딸에겐 시험에 참여한 것 자체가 희망”이라고 했다.

어스름이 가시기 전인 오전 6시 30분 어머니와 함께 온 한 남학생이 처음 시험장으로 들어가자 원종대 대전맹학교 교장과 교사들은 분주히 움직이며 학생들을 챙겼다.

뇌병변, 청각 장애, 시각 장애, 지체 장애, 음성 틱장애 등 34명의 응시자들이 있었지만 건강 상의 이유로 5명의 학생은 시험장에 오지 못했다. 대전맹학교 11개 고사장 속 65명의 감독관들은 29명의 학생들과 수능을 함께 했다.

원 교장은 “대전에서 마지막까지 불이 켜져있는 고사장이 우리 학교”라며 “시험이 끝나는 오후 8시 20분 교정을 나가며 학생과 학부모들이 감사 인사를 전할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신인철 기자 pfe@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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