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대정병원 박루뽀 원장
어느새 가을이 저물고 겨울이 성큼 다가왔다. 11월 중순이 지나면서 강원도를 비롯한 전국 스키장들이 개장하거나 개장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특히 내년 2월에는 평창에서 동계올림픽이 열리기 때문에 올해는 겨울 스포츠 마니아들을 설레게 하고 있다.

스키장에서 리프트나 곤돌라를 타고 정상에 올라 확 트인 설원을 바라보면 한해에 쌓은 스트레스가 풀린다. 하지만 경사가 심한 슬로프를 타고 출발점까지 내려오는 과정에서 짜릿한 스릴을 만끽할 수도 있다. 그러나 언제 어디서 다칠지 모르는 부상의 위험으로 스트레스가 쌓일 수도 있다. 자칫 한 순간의 방심으로 겨울 스포츠를 즐기지도 못하고 겨울 내내 병원 신세를 지는 상황에 이를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겨울철 건강한 스포츠 활동을 위해 각종 부상에 대한 예방과 사고 시 주의해야 할 점을 알아야 한다.

겨울 스포츠의 대표주자인 스키와 스노보드는 비슷한 종목 같지만 발생하는 부상 부위와 위험도가 다르다. 겨울 스포츠의 부상은 충돌과 낙상으로 인한 것이 대부분이다. 젊은 사람일수록 스릴을 만끽하고 싶어 경사가 심한 슬로프에서 스키나 스노보드를 타는 경향이 있다. 이는 부상의 위험성을 증가시킨다.

실력이 안 되는 초보자가 도전정신만으로 난이도가 높은 슬로프에서 타다가 속도 조절을 못하거나 또는 다른 사람을 방해해서 사고가 발생하면 본인도 다칠 뿐 아니라 타인에게도 부상을 일으킬 수 있다. 상급자도 누적된 피로로 인한 사고나 과도한 운동으로 인한 근육통이나 미세골절에 노출될 수 있어 방심해서는 안 된다. 최근 들어서는 스키보다 스노보드를 즐기는 젊은 층이 많아져 스키로 인한 무릎부상보다는 보드로 인한 다른 부위의 손상이 증가하고 있는 상태이다.

스노보드 부상은 주로 손목, 발목, 무릎, 머리 순으로 많이 발생한다. 스노보드 부상으로 손목골절이 가장 많은 이유는 스키처럼 체중을 받쳐주는 폴을 사용하지 않아 균형을 잃고 넘어질 때 손목으로 땅을 짚은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손목보호대를 착용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 또 옆으로 넘어지는 스키와는 달리 앞 뒤 수직으로 넘어지기 쉬워 자칫 뇌 손상을 입는 경우도 있으므로 헬멧을 착용하는 것이 안전하다. 뒤로 강하게 넘어지는 경우, 척추압박골절의 위험도 높으므로 엉덩이 보호대를 착용하는 것도 필요하다.

스키부상은 주로 무릎, 머리, 손과 손가락, 어깨 순으로 많이 발생한다. 가장 많이 다치는 무릎에서는 주로 전방십자인대가 가장 흔한 부상이다. 이는 하체가 스키에 고정된 채 상체만 돌아간 상태로 넘어질 경우 많이 발생한다.

특히 무릎이 구부러져 있는 상태에서는 회전운동이 가해지면서 반월상 연골판이 전방십자인대와 동반되어 또는 단독으로 손상되거나 찢어질 수 있다. 옆으로 넘어지는 상황에서는 안쪽, 바깥쪽 측부인대 파열이 발생할 수 있다. 병원치료가 늦어지거나 진단이 늦어지면 만성적 통증과 관절부종이 지속되고 심한 경우엔 외상성 관절염으로 발전해 증상이 악화될 수 있다. 사고가 나면 정형외과 전문의의 진찰과 정밀검사가 필요하다.

스키장에 가서 눈 쌓인 슬로프를 보게 되면 빨리 타고 싶은 생각에 준비 운동 없이 리프트로 향하는데 이는 부상의 위험성을 높이게 된다. 따라서 겨울 스포츠를 하기 전에 10분 이상 스트레칭으로 근육을 이완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피로감이 느껴질 때에는 휴식을 취하는 것이 필요하다. 부상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넘어지는 연습을 해 두는 것이 좋다. 스키를 탈 때는 두 팔을 앞으로 뻗어 옆으로 넘어지는 연습을 한다. 팔을 뻗으면 다리는 자연히 모아지게 되어 전방십자인대 부상 위험이 줄어든다. 스노보드의 경우에는 넘어질 때 앉는 자세를 취해 엉덩이에 체중이 실리도록 해야 한다.

보통 스키나 보드를 탄지 3시간이 지나면 부상위험이 높아지기 때문에 피로할 땐 적당히 쉬는 것이 좋다. 부상 시 골절이나 인대 손상이 의심될 땐 함부로 움직이거나 만지지 말고 부목으로 고정한 뒤 의료진을 찾아야 한다.

별다른 통증이나 증상이 없더라도 골절이나 파열이 없는지 정형외과에서 진찰 및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필요하다.

<서울대정병원 박루뽀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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