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중근 충남도광역정신건강복지센터장
[특별기고]

우리나라의 자살률은 OECD국가 중 1위이다. 자살률이 우리나라에 왜 높을까? 원인으로 제시되는 이유들은 다양하다. 자살은 여러 가지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발생하게 되는 것이라서, 어느 한 원인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본 칼럼에서는 우리나라의 자살률이 높은 이유를 '편견'이라는 측면에서 다루어 보고자 한다.

먼저 다루고 싶은 것은, 정신과 치료에 대한 편견이다. 우리나라는 정신과 치료에 대한 편견이 매우 높은 나라다. 정신과 치료에 대한 편견이 높다보니, 우리나라 사람들 중에는 우울증이나 기타 정신적으로 힘든 상황에 처해져도 정신과에 가지 않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선진국 국민의 경우 우울하다 싶으면 쉽게 정신과에 가서 도움을 받고 이후 잘 살아가게 되는 반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우울증에 걸려도 편견 때문에 정신과를 찾지 못하고 자살의 위험 속에 놓이게 되는 경우가 많다. 비유 컨데 폐렴에 걸렸어도 내과에 가지 못하고 혼자 죽음의 투병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자살 사고는 그 자체로 심각하게 정신과적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다. 메르스(MERS)에 걸렸다면 심각하게 의학적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라는 것을 안다. 그런데 메르스보다 사망률이 약간 낮은 우울증(15%의 사망률)은 의학적으로 심각한 상황이라는 생각을 잘 하지 못한다.

의료적으로 보면 대부분의 자살자들은 우울증을 겪는다. 사회적인 문제 등 자살의 촉발 원인이 있는 경우가 있지만, 이 경우도 '사회적 문제→우울증→자살'이라는 순서로 인과 관계가 진행 된다. 따라서 "자살의 이유가 사회적 이유이냐 아니면 의학적인 이유이냐?"라는 질문은 다소 어리석은 질문일 수 있는데, 사회적 이유가 의학적인 이유의 촉발 원인이 되고, 의학적 이유(우울증 등)는 매개적인 요인으로 동반되기 때문이다.

연구에 의하면 3번 이상 우울증 삽화가 반복된 이후에는 분명한 촉발 원인이 없어도 우울증 삽화가 재발할 확률이 매우 높아진다. 우울증도 조기 발견, 조기 치료가 중요하다.

그렇다면 편견을 없애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언론인들의 노력이 필요하다. 인상적인 기사를 쓰기 위해서 어떤 범죄 사실이 있을 때 마치 범인이 정신과 치료를 받는 사람이라 범죄를 저지른 것인 양 기사를 쓰는 것은 편견을 조장한다. 정신과 치료를 받는 사람들이 마치 잠재적인 범죄자인 양 인식되는 이상한 사회가 되어서는 안 된다. 정신질환자의 범죄율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의 범죄율보다 높지 않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또한 예술인들은 작품을 자극적으로 만들기 위한 수단으로 정신과 치료 장면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

수년전 나는 영화에서 정신과를 호러의 재료로 쓰는 것을 보았는데 그 영화는 너무 끔찍했다. 정신과 병동을 어두운 배경에 무서운 느낌을 주는 영화적 장치를 써서 정신과 병동을 너무 끔찍한 곳으로 그려 놓았다. 그리고 정신과 병동에서 의사가 환자를 강간하고 있었고 장기도 팔고 있었다. 내가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이고 이 영화를 봤다면 나는 결코 정신과에 가지 않을 것 같았다. 아무리 힘들고 죽고 싶을 지경이라도 말이다.

이 영화가 훌륭한 호러 영화였다는 것은 나도 인정한다. 그러나 호러 영화의 재료로 정신과 병동을 사용함으로 해서 그렇지 않아도 심한 국내 정신과 치료에 대한 편견을 더 심하게 할 수 있다는 책임성을, 영화 제작자가 가지고 있었는지는 의문이다.

단, 정신과 치료의 장면을 사실에 가깝게 사용하여, 편견을 없애는 방향으로 사용하는 것은 찬성이다. 몇 해 전 KBS에서 방영한 '세상 끝의 집'은 국립공주병원을 배경으로, 사실적으로 치료 장면을 보여주면서 편견을 없애는데 기여한 좋은 프로그램이었다. 과거 노르웨이 총리는 우울증으로 1개월간 병가를 받았다고 한다. 공무원들이 특히 정신과 치료 받기를 꺼려해서 공적기관이 자살위험의 사각지대라는 얘기가 있는 우리나라가 노르웨이처럼 되는 것은 요원한 일일가? ▶하편은 24일자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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