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묵 대전시 도시재생본부장
[수요광장]

영국 스코틀랜드 수도 에든버러 원도심에는 해마다 8월 중순부터 3주동안 세계 최대의 문화축제인 에든버러 페스티벌이 열린다. 에든버러 국제 페스티벌은 제2차 세계대전으로 인해 상처받은 이들의 정신을 치유하려는 목적으로 1947년에 시작돼 세계 최대의 공연축제로 성장했다.

에든버러가 축제의 도시로 세계적 명성을 얻게 된 데는 자유참가 형식의 공연으로 이뤄지는 프린지 페스티벌(fringe festival)이 촉매제 역할을 담당했다.

에든버러 프린지페스티벌에는 수백개의 공연단체가 자발적으로 참가해 수천건이 넘는 공연이 이뤄지는데 판매되는 티켓 수만도 200만장에 육박할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에든버러 원도심에 모여 축제를 함께 즐긴다. 국내에서 그동안 원도심 활성화를 목적으로 개최됐던 대부분의 행사들은 지자체에서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시행하며 주민들은 수동적으로 참여하는 형태였다. 그러나 이제는 시민사회의 성숙과 함께 원도심 활성화를 목적으로 개최하는 행사들이 주민과 함께 기획하고, 협력해 지속적으로 발전해 나가야 할 시대적 요구에 부응해야 할 때다.

대전시에서도 이러한 시대적 요구에 발맞춰 도시재생본부에서 주민들과 함께 발전해 나가기 위한 ‘원도심 활성화 역량강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의 목표는 시민들이 원도심의 지속적 발전과 관리를 위해 주인이 돼 자발적인 활동 주체로서의 성장이다.

지금까지 역량강화 프로그램을 통해서 원도심 지역 시민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해 포럼 및 공청회 개최, 선진지 벤치마킹 등을 결정하고 원도심 활성화를 위한 여러가지 방안에 대해 많은 논의를 했다. 그 결과 선화동상가번영회 등과 민간이 주도하는 축제를 개최키로 협의하고 지난달 21일 중구 선화동 착한거리 일원(삼성생명 옆길 음식특화거리)에서 ‘제1회 착한거리 가전(가게에서 만드는 전(煎))축제’를 개최했다.

이 축제는 원도심 문화예술 포럼위원회가 주최하고, 평송청소년문화센터와 선화동상가번영회가 주관해 진행됐다. 이날 축제에는 원세프의 ‘김치전’, 손이가 어죽칼국수의 ‘매생이전’, 고려회관의 ‘배추전’, 군산복집의 ‘야채전’, 왕비성의 ‘부추전’, 부여순대의 ‘고기전’, 그댄 봄비를 무척 좋아하나요의 ‘감자전’ 등 평소 우리가 가정에서 접하기 어려운 각종 전요리를 선화동 맛집들이 정성껏 만들고 선보여 관람객의 좋은 호응을 얻었다. 또 종이 인형전, 캘리그라프 등 체험부스가 마련돼 관람객의 참여를 유도해 많은 시민과 주변 상인들의 적극적인 동참으로 성황리에 축제를 마쳤다.

처음 개최한 축제로 기획시 참여식당 선정에 어려움도 있었으나 지속적인 협의와 공감대 형성을 통해 결국 기대 이상의 참여율을 보였고 반응도 좋았다.

대전 원도심은 문화 활력이 넘치는 장소다. 이번 축제를 통해 성숙한 대전 문화 시민들의 참여를 바탕으로 에든버러와 같은 문화도시로 성장할 수 있는 대전 원도심의 발전 가능성을 재확인할 수 있었다. 이번 가전 축제를 통해 선화동 착한거리가 홍보되고 활성화돼, 먹거리와 문화가 있는 거리 명소로 인식돼 지속적으로 방문객이 증가되기를 기대한다.

시민들이 스스로 기획하고 운영한 이번 축제 경험을 토대로 내년에는 더욱 함께 즐길 수 있고 지역 활성화에도 기여하는 지속가능한 축제로 발전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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