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내년부터 단일화 예정
농민들 “농업 안전성 고려를”

▲ 20일 청주시 서원구 장성동 보성창고에서 '2017년산 공공비축미곡 및 시장격리곡 건조벼' 수매현장에서 조사원이 벼의 미질을 살피고 있다. 김영복 기자 kyb1020@cctoday.co.kr
전국적으로 공공비축미 수매가 한창인 가운데 농업 현장에서는 벌써부터 ‘2018년산 매입 가이드라인’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부가 공공비축미곡에서 다수확 품종을 제외하는 것은 물론, 수매 품종 자체를 기존 2가지에서 1가지로 축소한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기 때문이다.

실제, 농림축산식품부는 올해 공공비축미곡에서 대표적 다수확 품종인 ‘황금누리'와 '호품'을 제한했다. 이들 품종의 재배면적 비율은 2012년 17.9%에서 2015년 30.1%로 12.2%p 증가했는데도, 공공비축 매입비중은 2012년 35.3%에서 2015년 55.7%로 더 큰 폭으로 증가했다.

다수확 품종의 점유율이 재배면적보다 크게 상승한 셈이다. 이에 따라 농식품부는 소비자의 고품질 쌀 선호에도 불구하고 다수확 품종 비중이 해마다 높아지는 추세를 완화시키기 위해 제한에 들어갔다. 청주시의 경우 지난해 청원생명쌀 품종으로 잘 알려진 ‘추청’과 병충해에 강한 중생종 품종인 ‘대보’를 총 1만 1801t매입했다. 매입 비율은 추청이 전체의 11%, 대보가 89%를 차지했다.

양곡부족으로 인한 수급불안과 천재지변 등 비상 시에 대비하기 위해 정부가 시장가격에 양곡을 매입하는 공공비축미의 매입 품종은 지자체가 자율적으로 선정한다. 일단 선정이 끝나면 품종과 관계없이 같은 가격으로 매입하고 있기 때문에 대규모 기업농들은 다수확 품종을 선호한다. 때문에 청주지역 매입 비율도 추청보다는 대보가 더 높다.

내년부터 1개의 품종만을 매입한다면 청주지역은 벼 적정생산 실적을 고려해 청원생명쌀 대표 품종인 ‘추청’으로 단일화할 확률이 높다. 이 경우 대보를 생산하던 농민들은 1마지기(약 200평)당 평균 120㎏의 생산량 차이를 보일 것으로 보이며, 이는 15만원 정도의 자연적 손실을 감안해야 한다는 계산이다.

수매 현장에서 만난 한 농민은 “청주지역에서 추청으로 단일화를 추진한다면 안정적인 벼 생산은 불가능할 것”이라며 “복수품종으로 농민들의 경제적 안전성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다수확 품종 제한은 고품질 쌀을 선호하는 소비 트렌드에 맞게 품질을 높이기 위한 조치”라며 “아직 확정적이지 않지만 각 지자체별 선호도 조사 등을 반영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시·군별 농업 현장 목소리를 충분히 반영해 2018년산 매입 지침에서 품종 수를 이르면 이번 주 내 발표할 예정이다.

김영복 기자 kyb1020@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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