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위장 불법운영·외지업체와 출혈경쟁
위장 중소기업 7곳, 충청권 몰려
4년간 불법납품금액 1269억
중기청 항고 2년째 답보상태

대기업 시멘트 생산업체들이 중소 레미콘 업체로 위장해 수년간 영업을 해왔다는 의혹이 제기됐으나, 이와 관련한 법원의 최종 판단이 늦어지면서 업계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대기업의 경우 중소기업 적합업종인 레미콘 공공조달 시장에 진입이 어렵기 때문에 별도 중소 레미콘 업체를 만들어 지속적으로 입찰에 참여해오고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20일 지역 레미콘 업계 등에 따르면 중소기업청은 지난 2014년 전국에서 대기업의 '위장 중소기업' 형태로 운영해온 30곳을 적발해 입찰 참여 제한조치 등을 했다.

적발 업체 중 10곳이 적법한 형태로 영업을 해왔다며 소송을 제기했고, 1심 법원은 해당 업체들이 '위장 중소기업'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특히 소송을 제기한 10곳의 업체 중 7곳이 충청권에 몰려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적발 업체들은 1심 결과에 불복해 항소했고, 항소심 법원은 2015년 6월 원심 판결과 달리 업체들의 손을 들어줬다.

항소심 판결 이후 레미콘 업체들에게 내려졌던 입찰참여 제한 조치는 모두 취소됐다. 이후 중기청은 대법원에 항고를 했으나 현재 2년이 넘도록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태다. 지역 중소 레미콘 업체들은 대기업의 위장 중소기업이 영업을 지속해오면서 일감을 빼앗기는 것은 물론 낙찰 가격의 지속적인 하락으로 고사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는 주장이다.

특히 다른 권역의 레미콘 업체 난립에 따른 과도한 경쟁과 '8·5제(운송기사 8시 출근 5시 퇴근)' 도입에 이은 출하물량 축소 등이 경영난 악화의 주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실제 더불어민주당 어기구 의원이 중소벤처기업부로부터 제출받아 공개한 '위장중소기업 적발현황' 자료를 보면, 최근 4년간 위장 중소기업으로 적발된 기업은 2013년 36개, 2014년 26개, 2015년 15개, 지난해 15개로 총 92개다.

현행 ‘중소기업제품 구매촉진 및 판로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라 중소기업 간 공정경쟁을 위해 대기업이 지배하고 있는 중소기업은 공공기관 경쟁 입찰에 참여할 수 없다. 하지만 입찰에 부적합한 위장 중소기업이 지난 4년간 공공 조달시장에 불법으로 납품한 금액은 1269억원에 달한다. 이들 위장 중소기업 중 레미콘이 전체 기업의 40.2%(37개)로 가장 높은 비율을 보였다.

지역의 한 레미콘 업체 관계자는 “일부 대기업 위장 중소기업들이 최근 매각을 추진한다는 얘기가 들리지만 여전히 많은 위장 업체들이 관수 시장에 진입하고 있다”며 “대기업의 무분별한 시장 진입을 막고 중소기업을 보호하는 차원에서 대법원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조재근 기자 jack333@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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