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경필 대전시립청소년합창단 예술감독
[화요글밭]

1975년 베네수엘라에서는 마약과 범죄에 노출된 빈민가 아이들을 보호하고 재활하고 범죄 행위를 예방하기 위해 음악 교육이 시작됐는데 그것이 ‘엘 시스테마’이다. ‘엘 시스테마’의 공식 명칭은 베네수엘라 국립 청년 및 유소년 오케스트라 시스템 육성재단이다. 베네수엘라의 빈민가에서 마약과 총으로 허기를 달래던 아이들에게 엘 시스테마는 든든한 요새이자 꿈의 요람이다. 전과 기록으로 얼룩진 11명의 아이들로 시작한 엘 시스테마는 현재 100여개의 지역별 오케스트라와 35만 명의 단원을 거느린 초대형 오케스트라가 됐으며 전 세계에서 청소년 문제해결을 위한 좋은 본보기로 여겨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한국형 엘 시스테마의 개발과 확산을 위해 2010년부터 전국 8개 지역에서 지역문화재단을 거점으로 소외 아동을 위한 한국형 '엘 시스테마'인 '꿈의 오케스트라' 사업을 추진해 왔다. 필자 역시 'Wee센터'와 함께 학교 위기학생들과 부적응 학생들의 치료를 위한 음악교육을 실시한 경험이 있다. 매주 토요일 9시부터 2시간 동안 노래를 가르쳤는데 아이들에게서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센터에 오는 학생들은 대부분 중학생들로 아르바이트를 하는 실정이었다. 오후 8시부터 새벽 5시 까지 택배 물류센터에서 일을 하고 있었으므로 학교에 등교하기도, 수업에 참석하더라도 제대로 된 교육이 이루어 질수 없었다. 그래서 아이들은 학교 결석이 잦았으며 이로 인하여 방황하고 좌절감을 겪고 있었다. 하지만 1년여 동안 필자와 함께 하는 교육에서는 놀라운 변화를 보였다. 새벽 5시에 끝나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하는 아이들이 자신이 하고 싶은 노래를 배우기 위해 아침 9시 수업에 참석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피곤함도 잊고 2시간의 수업을 즐기고 있었다. 필자는 이 수업을 위해 2000여곡이 넘는 가요, 팝, 가곡 악보를 구매하고 음원을 모으느라 하루에 5시간 이상의 노력을 기울여야 했다. 그러나 수업에 참석하는 학생들의 빛나는 눈망울을 보면 그동안의 노고가 눈 녹듯 사라지곤 했다. 1년의 수업을 마무리하며 믿고 따라 와준 그리고 이제는 새로운 모습으로 변한 학생들과 감동의 포옹을 나누었다. 이때 필자는 음악을 만난 아이들이 완전히 새롭게 변화될 수 있다는 사실에 음악인으로서 다시 한 번 기쁨과 보람을 느꼈다.

태초에 지구가 생겨나고 인류가 탄생될 때 인간의 생존을 위해 꼭 필요한 요소인 물, 공기들과 함께 소리라는 것이 만들어 졌다. 그 증거로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물질들은 저마다의 특이한 소리를 낼 수 있다. 돌이 부딪치는 소리, 물이 출렁이는 소리, 심지어 눈에 보이지 않은 바람조차도 자기 소리를 만들어 내고 인간인 우리는 그것을 인지할 수가 있다. 지구에 존재하는 소리 중에 인간에게 필요로 하는 소리는 점차 발달되고 규합되어 마침내 음(音)이라는 이름을 부여 받게 되었고 이 음들의 조합들이 예술 장르로서의 음악이라 말할 수 있다.

음악의 기본적인 요건은 인간의 이성과 감성에 자극을 줄 수 있어야 한다. 다시 말해 음악은 인간의 육체를 제외한 모든 정신세계에 영양분과 같은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만일 이 영양분이 부족하게 되면 반드시 문제를 일으킨다. 마치 인간에게 필요한 수많은 영양소 중에 단 한 가지만 결핍이 되어도 육체적으로 큰 어려움을 겪게 되는 것과 마찬가지인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안타깝게도 음악을 마치 물이나 공기로 생각하여 평상시에는 그리 큰 소중함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지금 우리 사회는 급속도로 인간관계가 파괴되고 있다. 그 중 하나가 학교 안의 폭력이다. 이러한 일탈행동은 정신세계의 영양소 결핍이라 말할 수 있다. 그러기에 우리 아이들에게 영혼을 살찌울 수 있는 음악교육이 반드시 필요하다. 음악교육은 특혜 받는 부유한 아이들의 전유물이 아닌 물이나 공기처럼 인간이면 누구나 누릴 수 있는 자연이 무상으로 주는 선물이 되어 이성과 감성을 살찌우는 영양분이 되어야 한다. 필자는 사랑하는 우리 아이들이 음악교육 안에서 서로 협력하고 소통하는 법을 배우기를 바라며 또한 그 속에서 스스로 자아를 찾을 수 있도록 우리사회가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하도록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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