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인기 작가 쓰무라 기쿠코 장편소설

직장인이라면 공감할 얘기…'설레는 일, 그런 거 없습니다'

日 인기 작가 쓰무라 기쿠코 장편소설

(서울=연합뉴스) 임미나 기자 = 하기 싫은 일 억지로 하며 영혼 없이 살지 말고 과감하게 사표를 던지라고 권하는 책들이 최근 인기를 끌지만, 과연 그런 모험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직장인의 삶이란 대체로 다람쥐 쳇바퀴 돌듯 반복되고 딱히 설레는 일도 없지만, 그 울타리가 주는 안정감을 무시할 수는 없다.

그래서 대부분의 평범한 어른들은 매일 아침 졸린 눈을 비비며 출근길에 오르고, 고단한 하루를 견디고 오는 퇴근길에는 스스로에 대한 안쓰러움과 대견함을 동시에 느끼기도 한다. 일본의 인기 작가 쓰무라 기쿠코의 신작 '설레는 일, 그런 거 없습니다'(RHK)는 이런 직장인들에게 조금은 위로가 될 만한 소설이다.

일본의 취업 빙하기 시기에 대학을 졸업한 작가는 어렵게 잡은 첫 직장에서 상사의 심한 괴롭힘으로 10개월 만에 퇴사하고, 새로 직업 교육을 받은 뒤 취직한 회사에서 10년 이상 일한 경험이 있다. 작가로서는 흔치 않은 이력을 지닌 그는 직장 생활의 어려움과 소소한 일상을 생생하게 담은 작품들로 독자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았다. 스물아홉 살 계약직 여성의 이야기를 담은 '라임포토스의 배'는 일본 최고 권위의 문학상인 아쿠타가와상을 받기도 했다.

이번 소설 역시 직장인들의 애환을 사실적으로 그린다.

주인공인 남녀 나카코와 시게노부는 일상에 점점 지쳐가는 서른두 살의 직장인이다. 오사카의 디자인 회사에서 일하는 나카코는 10년간 사귄 남자친구와 헤어지고 부업으로 프리랜서 작가 일까지 하며 매우 바쁘다. 매일 아침 출근길부터 사람들에 치여 지치고, 회사에서는 까칠한 동료들의 화풀이와 진상 고객의 무리한 요구까지 감당해야 한다. 도쿄에서 일하다 오사카로 전근을 하게 된 시게노부는 자기보다 잘나가는 동기를 보며 열등감을 느끼고, 정체를 알 수 없는 남자로부터 이상한 항의 전화를 받으며 더욱 힘이 빠진다.

두 사람은 업무로 우연히 만나게 되는데, 서로에게 사소한 듯하지만 특별한 인연이 있음을 알게 된다.

소설은 두 사람이 일상에서 겪는 여러 사건과 주변 사람들과 맺는 관계, 희비가 반복되는 감정의 곡선을 담담하게 그리면서 현대 직장인의 삶을 그대로 보여준다.

"그럼에도 나카코는 도저히 알람을 7시53분에만 맞춰두지 못한다. 알람을 한 번만 맞추고 자는 것이 두렵기도 하고, 깼다 다시 자는 그 짧은 비몽사몽의 시간이 침대에서 일어나는 데 필요하기도 하고, 무엇보다 8분의 꿈을 포기하는 것이 두렵다." (9쪽)

"사실 세상에는 며칠을 다퉈가며 해야 할 만큼 급한 일이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을 사람들은 어렴풋이 알고 있으면서도, 좀 더 쉬게 해달라고 화를 내지는 않는다. 인내심이 대단하네. 순간 감탄했지만, 잘 생각해보면 자신을 포함한 대부분이 화내는 것을 귀찮아할 뿐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50∼51쪽)

두 사람이 당면한 어려움을 나름의 담대함으로 조금씩 이겨내는 과정은 이 책을 읽는 직장인들에게 어깨를 토닥이는 따뜻한 친구의 손길처럼 작은 용기를 북돋워 줄 수도 있다.

박정임 옮김. 248쪽. 1만3천원.

min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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